◎97년 어음교환액 9,522조원/기업 급전조달 절반 차지/세금계산서 신뢰성 확보/당좌개설요건 강화 등 필요 어음제도가 최근 중소기업 부도의 원흉이나 타도 대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어음 때문에 부도가 났다고 호소하는 기업인들이 많아지자 어음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7년 연간 어음교환액은 9,522조원. 하루 26조원 상당의 어음교환이 이루어진다. 이중 어음부도액은 38조원으로 하루 1,000억원꼴. 96년의 경우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원 중 어음발행(지급어음)을 통한 조달은 24%, 어음의 금융기관 할인을 통한 조달은 23%로 어음을 이용한 자금조달비중이 47%에 달했다.
기업 단기자금조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어음. 그래서 이를 한꺼번에 폐지하는 것은 큰 혼란이 뒤따르고 상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어음제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을 보완하고 종국적으로 신용환경을 정상적으로 구축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김준경 연구위원은 『어음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며 『우리 경제의 구조적 결함을 치유하고 어음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세금계산서의 신뢰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기관에서 어음을 할인하려면 세금계산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조차도 이 세금계산서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거래는 계속 이루어진다. 이미 허위 세금계산서의 수수행위가 관행처럼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음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세금계산서를 신뢰할 수 있는 세제의 개혁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은행이 개별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토대로 어음발행이나 할인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은행들은 개별기업에 대한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잘 되어있을 경우 신용도에 따라 어음 할인율을 결정하고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아주 낮출 수도 있다. 따라서 신용조사 전문기관 설립 등의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당좌개설 요건도 강화되어야 한다. 부실기업에 대한 당좌거래 허용은 어음의 남발에 따른 연쇄부도 및 신용질서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당좌개설은 재무상태나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1∼3개월 정도의 예금실적을 쌓으면 당좌를 개설 할 수 있어 어음사기에 취약하다.
이와관련, 어음의 남발을 막는 방안으로 어음발행부담금을 부과하자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경우 어음금액의 0.02∼0.03%에 해당하는 인지세를 부과하고있다. 어음발행부담금은 기업의 추가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 자금을 어음보험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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