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성장에 고물가 “큰 고통”/올 신규 실업자 백10만명 넘을듯/환율 안정돼야 금리인하 못박아 17일 발표된 한국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5차 합의의향서는 한국경제가 올해 헤쳐가야 할 길이 갈수록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4차 의향서보다 거시지표추정치가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5차 합의의향서는 「IMF도 한국경제의 실물와해를 결코 원치 않는 만큼 긴축의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일부의 「희망」과 달리 「한국은 거품을 더 빼야 한다」는 초긴축의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이와함께 의향서는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자본시장 및 무역 자유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중단없는 개혁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의향서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1월9일의 4차 합의의향서와는 달리 올해 국내총생산(GDP)기준 성장률을 1%로 잡으면서도 제로(0)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점이다. 한국경제는 2.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80년을 제외하곤 줄곧 성장을 거듭해온 「고성장체질」이기에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성장률 감퇴는 산업활동, 특히 내수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소비, 판매의 침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실업과 기업부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합의사항은 아니지만 재정경제원은 성장률이 1%일때 실업자가 1백5만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장률이 1% 줄어들 때마다 실업자는 통상 10만명가량 증가하고 실업률은 0.5%포인트 높아진다. 따라서 성장률이 0%로 내려갈 경우 실업자와 실업률은 각각 1백15만명과 5.4%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고통스러운 점은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 물가는 오히려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5차 합의의향서는 올해 물가목표치를 9%에서 약10%(Slightly Below Double Digits)로 상향조정했다.
고금리정책 역시 「단계적 인하에 합의했다」는 재경원의 「주장」과는 꽤 거리가 있다. 외환시장이 안정돼야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는 선 환율안정 후 금리인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리가 높아야 기업의 무분별한 차입경영에 쐐기를 박을 수 있고 외화도 유입돼 환율이 안정된다는 IMF의 기본논리를 그대로 관철한 것이다. 다만 자금난에 따른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3월말 총유동성(M3) 증가율을 전년동기대비 13.2%에서 13.5%로 0.3% 포인트 상향 조정, 1조5천억원의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해 두었다. 그러나 M3 증가율을 6월말 14.1%, 9월말 13.9%, 12월말 12.5%로 점차 낮추기로 함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시중 자금사정이 빠듯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5차 의향서가 예상보다 비관적인 내용으로 합의된 결정적 이유는 뉴욕외채협상이후에도 환율이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올랐기 때문이다. 4차 의향서에서 성장률은 1∼2%로 잡았던 것도 원·달러의 연평균환율을 1천3백원으로 가정한 것이었다. 환율을 최고의 목표치로 신봉하고 있는 IMF는 연평균 환율이 1백원 오를때마다 성장률이 1%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외채질곡과 고금리 고물가 고실업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출증가→경상흑자 확대→외채감소 및 외환보유고 확충→환율안정으로 이어지는 선 순환구조가 가시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김경철 기자>김경철>
□정부IMF 주요 합의내용
△거시경제
경제성장률:1%. 마이너스 가능성도 있음
물가상승률:9%대
경상수지:80억달러이상 흑자
재정적자:GDP대비 0.8%(3조6,000억원)
△통화·외환(1·4분기)
본원통화:23조5,800억원(15.2% 증가)
총유동성:720조4,890억원(13.5% 증가)
가용 외환보유고:200억달러(연말 391억달러)
△금리인하
환율안정에 따라 콜금리 조심스럽게 인하
외환시장 안정이 확실히 정착되는 경우 추가 인하
△금융 구조조정
종금:20개사중 경영평가 미달사 영업정지후 4월말까지
인가취소
은행:서울·제일은행 11월15일 입찰
금감위내 「은행 구조조정 전담반」 신설
97년말 기준 BIS기준미달 은행 자구계획 제출
(4월말)→전담반서 평가(6월말)→이행계약 체결
건전성 규제강화 방안 마련(8월15일)
기존지분 전액소각 가능토록 입법조치(6월말)
△자본 자유화
1조원이상의 단기국채발행(4월말)
기업의 단기 해외차입제한 폐지검토(5월15일)
외국 은행·증권사 자회사 설립허용(3월말)
외국인 종목당 주식투자한도 폐지(12월말)
△기업 지배구조 개선
상장법인의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상장법인에 대한 투신 등 기관투자가의 의결권제한 철폐
기업 이사 및 감사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검토
이사회 승인없는 외국인 주식취득한도 3분의 1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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