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치대에서 발생한 교수임용비리 사건으로 교수 임용과 관련된 검은 치부가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본인도 현재 교수로 재직중이지만 사건이 우리나라 최고학부인 서울대에서 일어났다는 점과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및 금품의 규모 등에서 충격적이다. 본인의 경험이나 지식을 기준으로 볼 때 이러한 유형의 사건이 재연될 수 있는 잠재성 또는 개연성은 국내의 일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내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채용대상자를 심사하는 기준이 항상 가변적으로 해석되고, 행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도 한국에서는 대학교수로 채용되지 못한다는 극단적인 말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수채용 관련 내규를 마련, 이를 기준으로 적임자를 선발한다. 물론 지원당사자의 학문적 능력, 교수로서의 소양, 사회성 등과 같은 보편 타당한 기준이 객관적으로 평가된다면 아예 그러한 문제의 발생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또는 어떤 조직이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면 보다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테두리안에서 그런 일을 진행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근거에 의해서 또는 어떠한 방식으로 부정적인 인사가 일어나거나 진행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이러한 내규를 객관적으로 마련해 두고 있느냐의 여부와 그러한 내규의 적용을 객관적으로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전자의 경우, 비록 각 대학마다 많은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기본적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내규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후자의 문제로 집약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준이 있다고 해도 학과교무회의총장 등과 같은 평가라인에서 한번이라도 왜곡이 일어난다면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충분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많은 수의 지원자가 몰리고 또한 이들중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이상의 학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의 불공정성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행사된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제대로 된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평가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객관성을 발휘하도록 시스템이 운용되어야 한다. 이 정도로 총체적인 객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학이 과연 우리나라에는 몇개나 존재할까. 장담컨대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학은 존재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말로 눈을 씻고 보아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가의 하부조직에서 전공적격 심사와 같이 자의적인 기준이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을 외부인사의 참여나 여러 방식의 견제장치를 가동시켜 보다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부라인에서는 학과와 같은 하부조직에서 행한 객관적인 평가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바르게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동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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