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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구조개혁/박명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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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구조개혁/박명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아침을 열며)

입력
199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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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서 수년전부터 풀리지 않은 채 보류를 거듭해 온 방송개혁 문제가 이제 드디어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방송정책이 정보통신부가 아니라 문화관광부 소관사항이 된 것은 빈약하기 그지없는 프로그램 소프트 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또 프로그램 산업은 영화, 멀티미디어산업 등 다양한 영상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서 독자적인 발달을 도모할수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급변하는 기술환경과 경제환경속에서 경쟁력있는 문화산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제 마인드가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방송 통신의 융합 문제도 앞둔 시점이니만큼 궁극적으로는 우정업무 기능과 산업관련 부처로 가야할 부분을 제외한 상당부분의 정보통신부 기능과 문화부 기능이 통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된다. 영국 프랑스 호주등도 이 모델을 따르고 있다.

 앞으로 방송구조개혁은 신설될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의 문제, 위성방송산업 정책, 공영방송 구조개편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어 질 것인데 풀 것은 과감히 풀고 강화할 것은 더욱 강화하는 탄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신설될 통합방송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의 확보가 독립위원회 설치 취지이므로 방송운영에 직결되는 정책과 인·허가를 위한 추천권, 규제업무 등 행정업무는 위원회에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해서 과감히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반면 거시적인 정책기능은 관련부처간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서 효율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모델로 해서 행정기능과 정책기능을 위원회로 일원화하자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미국은 연방국가로서 분권체제가 오래전부터 정착해 있는 나라이며, 이미 건국초부터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민간의 역할이 중시되어왔고 기틀이 잡혀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앞으로 민간영역, 시민사회의 역할은 확대되어야겠지만 아직은 많은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과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반산업과 달라 방송정책은 문화정책 산업정책 첨단기술정책 모두와 관련되어 있는데다가 우리의 현재 상황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문화와 산업간의 균형있는 발달을 위한 입지나 방향에 대한 기본 청사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이는 정부 부처간 공조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과제이므로 그같은 거시적 정책은 정부가 맡고 방송운영에 관련되는 정책업무는 위원회가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위성방송사업에 재벌기업과 언론사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는 IMF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등장한 시장경제 논리,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 같은 초국적 기업의 국내위성방송 참여 소식과 함께 그 명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위성방송사업에 진입규제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제전반에서 일어나고있는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도 맞지않다. 재벌 기업들내에서 상호지급보증 고리끊기, 연결재무제표 등으로의 회계방식 전환, 업종 전문화 방향으로의 개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별로 문제 삼을것이 없을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이라도 방송, 문화산업쪽으로 전문화하겠다면 그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겠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참여 제한도 언론체계가 기본적으로 신문, 지상파 방송 등 국내를 대상으로 한 매체 중심으로 구축된 상황에서는 신문, 방송의 교차소유로 야기될 언론의 다양성 훼손과 획일화 염려 때문에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위성방송의 경우는 다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위성은 비록 당장은 대부분의 위성 시청자가 내국인이 된다해도 가청 지역이 한반도를 넘는 보다 확대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것은 아시아 상공에서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위성 방송들간의 국제 경쟁의 국면으로 진입하는 단계라고 할수 있다. 이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언론사에 뉴스, 정보 채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진입 규제는 없애되 반독점 규제는 엄격하고 세밀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차소유를 허용하는 경우 규제방식은 소유미디어 전반의 연관관계를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컨대 특정 언론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신문, 잡지의 시장 점유율, 방송 가청인구의 규모, 소유 채널의 수와 종류, 자본참여 정도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반독점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면 뉴스채널 같은 것은 언론사들간의 컨소시엄형태로 시작해보는 것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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