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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선 사법부/이창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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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선 사법부/이창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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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아이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의정부 지원 판사들과 변호사들 간의 금품거래 사건이 터진 뒤 판사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청렴하고 강직한」 법관의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잡혀 있음을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더욱 부끄러워 했다. 그러나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도 「법원의 감찰기능 부재가 내부비리를 키워왔다」는 소장 판사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개인이 비리를 저지를 소지와 토양을 없애는 데 너무 무관심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법의 소장판사들은 『고여있는 물이 썩기 마련이듯 견제와 감시 없는 곳에는 부패의 곰팡이가 필 수밖에 없다』며 법원의 사정기능 활성화를 주문했다.

 일반 정부 부처와 달리 법원의 사정기능은 전무한 실정이다. 법원 내부의 비리를 조사하고 징계할 수 있는 곳은 감사관실이지만 판사를 제외한 일반직의 비리만을 조사할 수 있을 뿐이다. 판사들에 대한 징계나 인사조치를 할 수 있는 법원내 기구는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이 유일하다.

 그러나 인사관리실에서 전국의 법원을 순회하며 비리가 있는지를 점검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법관이 품위를 손상시키거나 비리에 관련됐다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났을 경우에나 인사위원회를 열 뿐이며 그것도 비리가 알려질까 쉬쉬하다 「보이지 않는 징계」로 끝내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판사들은 3명이 한 팀을 이루는 합의재판부 소속이 아니라 혼자서 재판하는 단독판사였다는 점에서 감시와 견제가 없는 법원의 자율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법부는 지금 시험대에 섰다. 국민들은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사정하며, 거듭 깨어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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