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관망속 남북새전기 배제안해/“새 정부 떠보기·남 혼란 기도” 해석도 북한이 흩어져 사는 친척·가족들의 상봉을 위해 3월1일부터 「주소안내」사업을 실시키로 한 진의는 다갈래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측은 일단 북한의 조치가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염두에 두고 나왔는지 여부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즉각 대응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를 낳게 하는 대목은 북한 사회안전부(경찰)가 이런 종류의 「주소안내소」를 설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또 남한의 차기 정부가 1백대 국정과제로 나이 많은 이산가족의 방북 및 편지 교류 촉진등을 발표하고, 김당선자가 이북5도민회를 방문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정부와 당선자측은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 특히 당선자측은 이번 북한의 발표를 김대중 차기 정부에 대한 첫 공식반응으로까지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당선자측은 올해 하반기부터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다 시기를 앞당기려던 차여서 현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3월 이후 김정일이 어떤 식으로든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를 풀 방침이라는 관측도 지난해부터 해외의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 나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단정적 평가를 유보하는 것은 중앙방송 보도 어디에도 북한이 사업 대상에 남한을 포함시킨다는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일원 등 정부당국과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북한의 조치가 ▲외화벌이 ▲내부통제 ▲대남정치공세 ▲응수타진 ▲남한 내부혼란 기도 등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우세하다. 북한은 이미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외화벌이 차원에서 추진, 생사 및 주소지 확인·안내·상봉 등 단계별로 거액의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를 통해 남한내에 이산가족 방북 열기를 점화, 사회혼란을 유도하는 한편 국제 사회의 인권시비도 비켜나가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김정일의 인덕·광폭정치의 산물이라고 강조한 한 중앙방송 보도도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주소안내사업이 오랜만의 북한인구센서스일 수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식량구입을 위한 인구이동이 워낙 심해 주민들의 주소지 파악이 엉망이 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내부를 추스를 통계자료 확보 차원에서 이번 조치가 입안됐으리라는 견해다.
따라서 정부와 당선자측은 현재로서는 북한의 내부조치 성격이 강한 주소안내사업에 성급히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일단 관망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당선자측에서도 북측 태도에 일희일비할 경우 과거 대북정책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와 당선자측은 이산가족사업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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