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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갖기’로 기업살리자/최운열 한국증권연구원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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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갖기’로 기업살리자/최운열 한국증권연구원장(특별기고)

입력
1998.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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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소송요건 완화 등 소액주주 권한 먼저 강화해야” 우리 국민은 지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하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나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했어야 할 작업을 스스로 하지 못했으니, IMF의 힘을 빌려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이 어려움은 우리에게 큰 보약이 될 것이다.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난국은 이미 예견된 결과로 보여진다. 경제 각 주체들이 우리의 위상을 착각하고 스스로 하여야 할 의무를 태만히 한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경제 주체들 중에서도 특히 기업은 그동안 외형위주 성장전략을 수정하라는 귀가 따가울 정도의 메시지를 무시한채 「대마불사」의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오늘의 화를 자초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대기업 그룹의 대주주들은 마치 자기가 그 그룹의 유일한 주인인양 착각하고 기업경영에서 전횡을 일삼아 왔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업의 대주주들을 아무 의식없이 오너라 불러주고 있다. 기업의 오너는 분명히 주주인데 말이다. 한 주를 소유한 주주도 엄연히 주인의 한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대주주를 그렇게 대접해주어 대주주 스스로 유일한 오너로 착각하도록 했다면 우리 모두 그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20%의 지분을 보유한 자는 20% 범위 내에서 경영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어찌하여 기업의 돈을 자기 마음대로 정치자금 내지 각종 기부금으로 쓸 수 있으랴. 요즈음 신년이 되어서 각 기업의 인사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엄밀하게 보면 기업의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대주주들은 자기를 오너로 착각하여 기업의 인사를 마음대로 결정하여 언론에 알리고 있다. 한번도 소위 오너가 결정한 인사가 주주총회에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인사관행은 능력 없는 대주주 2세의 경영참가를 일반화하여 오늘의 경제위기에 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인사과정은 분명 상법에 위배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는 길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제도의 정비이다. 매우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실제 집행하기 어려운 대표소송요건을 완화하여 모든 주주들이 대주주나 경영자의 전횡을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처럼 단독대표소송도 가능하도록 전향적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소송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주주제안제도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표소송건과 보조를 맞춰 주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집단소송제도도 도입하여 기업의 경영자나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진정한 주인인 주주의 이해와 상치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투자가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여 경영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IMF측에서 우리에게 요구한 조건의 일부이기도 하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주가 주인으로서 대접받는 「주주중시 경영」의 정착이다.

 이같은 주주보호제도가 완비된다는 전제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상장기업의 주식 몇 주 갖기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수십조원을 상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한 고금리 상황에서 계속적인 차입은 기업의 수명을 단축하는 행위이다.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져 내부유보 확대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의 희망도 없다. 자본시장의 침체로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개선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장롱 속에 넣어둔 금을 팔고 달러를 팔아 경제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는 열기로 기업들의 증자시 한 가구 당 100만원씩의 주식만 사준다면 당장의 지급이자 부담에서 기업을 해방시켜 이 어려운 난국을 타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업이 증자하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보다 낮은 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경쟁력이 강화되면 주주들에게 배당의 형태나 주가 상승의 형태로 보상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기업의 주주로 참여한다면 기업의 성공은 곧 국가 경제의 성공이요, 그 성공의 결과는 바로 국민들에게 과실로 돌아갈 것이다. 기업이 소생하고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잘 살게 될 때 진정한 자본주의가 뿌리내려 계층간의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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