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예술의 전당서 공연 역시 고전이다. 로열내셔널시어터의 「오셀로」는 영어와 한글자막으로 3시간 반동안 공연됐다. 한국관객들은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대사를 거의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간악한 이아고의 계략에 푹 빠진 오셀로의 비극적 살인에 공감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연극에 길들여지기 시작한 우리 관객의 취향에 비춰볼 때 샘 맨데스의 연출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특별히 기억할만한 장면도 새로운 해석도 없다. 배경만 1930년대로 바뀌었고 몇몇 배우가 구사하는 중세영어의 격조높은 운을 들을 수 있다는 정도가 특이하다면 특이한 것이었다. 언뜻 보면 낡은 티가 나는, 평범한 무대였다.
하지만 로열내셔널시어터의 배우들은 놀랄만큼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뻔히 아는 내용이지만 관객들은 오셀로가 질투의 포로가 되어가는 과정에 눈을 떼지 못했고 부부간의 신의, 관습에 대한 저항, 인종적 차별, 미덕을 가진 인간의 한계 등 보편적 가치를 담아 낯설지 않았다. 비극 속에 스며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성도 그대로 표현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표출된 놀랄만한 흡인력은 고전을 섬세하게 다룬 연출의 힘에서 우러나왔다. 수많은 짧은 장으로 구성된 5막작품이 펼쳐지는 동안 단 1초도 낭비된 시간이 없었고 단순한 무대와 조명, 불안감을 조성하는 음악 등이 썩 조화를 이루었다.
공연 내내 고른 육성을 내는 데이비드 헤어우드(오셀로)와 사이몬 러셀 빌(이아고) 등은 잘 훈련된 배우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특별난 무엇, 특이한 무엇에 쫓겨 온 우리 관객에게 탄탄한 기본을 깨우쳐 주는 무대였다. 공연은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계속된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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