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율제 여파… 동남아 금융위기 악화우려【자카르타·싱가포르 외신=종합】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16일 또다시 미 달러당 1만대로 떨어지면서 동남아 통화들이 일제히 하락, 아시아 금융위기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루피아화는 이날 개장초부터 급락, 지난주 종가인 달러당 8,200에서 1만500∼1만800대로 주저앉았다. 이같은 폭락사태는 고정환율제인 통화이사회 제도 도입을 둘러싼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갈등 및 물가폭동 확산에 대한 우려가 주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루피아화 폭락의 영향으로 이날 상오 싱가포르 달러화는 미 달러당 1.6500에서 1.6790으로,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3.7200에서 3.9500으로, 태국 바트화는 46.10에서 47.80으로, 필리핀 페소화는 40.35에서 41.88로 각각 떨어졌다.
한편 지난주 임명된 비란토 신임 인도네시아군 총사령관은 16일 취임선서 직후 『국가안위를 해치는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수마트라섬의 파가르 알람시와 라하트시에서 수천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화교상점을 약탈하는 등 폭동이 발생했으나 군에 의해 즉각 진압됐다. 또한 서자바섬의 판갈렌간에서도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자카르타는 예상밖 조용”/군경 35,000명 경계강화/교민사회 큰 동요없어/지방선 약탈·방화 확산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물가폭등 항의시위가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수도 자카르타의 상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도치안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현지 관측통들에 따르면 자카르타는 아직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만 다른 20여개 도시에서 소요사태로 5명이 사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6일 외신이 전한 시내풍경도 3만5,000명의 군·경이 출동명령만 기다리는 등 별다른 기미를 느낄 수 없다. 6,000명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코파수스를 중심으로 한 이들 병력은 헬기와 장갑차, 경찰견까지 동원, 24시간동안 철통경계를 펴고 있다.
한국 교민들과 기업의 지상사원들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루피아화 폭락에 따른 경제난으로 일부 가전·신발 제조업체가 철수했지만, 1만5,000여명의 교민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 한때 식용유 등 생필품이 품귀현상을 보였지만, 다른 지역처럼 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당국도 수도 「사수」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마미 나타 경찰국장은 이날 『정치적 동기로 발생한 시위는 가차없이 진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달 10일 대통령을 뽑는 국민협의회(MPR) 회의가 열릴때까지 자카르타에서의 소요사태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경은 특히 자카르타 외곽에 거미줄 같은 보안초소를 설치, 요주의 인물들의 수도입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자카르타 동쪽 160㎞지점의 자티완기까지 방화와 약탈이 번지는 등 폭동은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시위는 모두 참여 인원보다 중무장한 진압병력이 많아 크게 확산되지 않았지만, 불씨는 남겨둔 셈이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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