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여강공 드라이브에는 대선패배후 허탈감과 견제심리, 그리고 불안정한 당내사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여론의 호응을 업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측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할 경우 당장 6·4 지방선거의 패배는 물론 2년후 치러지는 16대 총선에서의 생존여부 등 절박한 위기의식이 가장 큰 요인이다. 「김종필 총리」임명동의 거부 움직임과 대통령직속의 기획예산처 설치에 대한 완강한 반대는 이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다. 지역구도상 JP의 부상은 한나라당을 지역당으로 전락시키고 16대 총선에서 당세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대통령의 예산장악은 청와대의 국회지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한나라당이 『새정부 출범이 지연돼 부정적 여론이 쏠리는 한이 있더라도 예산처만은 안된다』는 극단적 태도를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함께 당내의 복잡한 역학구도로 인한 불안정성을 여권과의 전선형성을 통해 보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당의 분열은 곧 공멸이라는 공감대아래 당력을 외부로 집중, 내부균열의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정치적 「장기플랜」을 갖고 있는 중진들도 대부분 이에 관한 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 아직은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정국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면 이미 적지않은 의원들에 대한 여권의 「빼가기」가 시도됐을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이밖에 『이제 여당이 됐으니 그동안 우리가 당한 만큼 한번 당해 보라』는 식의 「보상심리」가 일부 개입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노동법파동 당시 우리당의 안대로 정리해고 조항이 유보되지 않았다면 현 경제위기는 상당히 완화할 수 있었다』면서 『따라서 노동법개정에 반대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야당의 발목잡기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이었는지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겠다』는 감정적 앙금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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