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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밀리면 선거도 밀린다”/여야 막판까지 힘겨룬 속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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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밀리면 선거도 밀린다”/여야 막판까지 힘겨룬 속셈은

입력
1998.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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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여­IMF 내세워 거야 길들이기/거야­지방선거전 당내부결속 총력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시간에 쫓겨 막판 타협을 이뤄냈지만 국회가 여야의 「힘 겨루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은 면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정부조직법상 기획예산처의 관할문제를 놓고 지루하게 줄다리기를 벌였다. 여야는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나름의 논리와 주장을 동원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여야간 정권교체 이후의 급변하는 정치환경 속에서 어느쪽이 「정국주도권」을 잡느냐가 갈등과 대립의 실체였음이 금세 드러난다. 특히 「거야」로까지 표현되는 신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의 복잡한 내부사정과 지도력 결핍이 여야간 협상과정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연히 여야간 타협의 결과도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개혁의 의미는 퇴색했고 여야간 주고 받기로 짜깁기된 정부조직법이 남았다.

 여야간 힘 겨루기의 양상은 기획예산처의 관할문제를 둘러싸고 정점에 달했다. 야측은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 진다며 기획예산처의 대통령직속기구화에 극력 반대, 「위헌론」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지역개발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해관계가 야측을 강경하게 몰아갔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 입을 타격을 우려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대선패배이후 리더십 회복과 향후 진로설정에 애를 먹고 있는 야측으로선 내부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강경자세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정권교체의 여세를 몰아 IMF위기타개를 위해 분위기를 몰아 가고 있지만 그것이 「거야 길들이기」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 기획예산처 문제의 경우도 명분은 대통령이 IMF관리체제 극복을 위해 경제 및 재정개혁을 직접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협상과정에서 지나치게 강조돼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자초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의지가 지나치게 부각되는가 하면 IMF사태가 모든 것의 「방패막」인 것처럼 인용되기도 했다. 또 소수정권으로 정국을 이끌어 가야 하는 여권에 「여기서 밀리면 더 어려워진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여야의 힘 겨루기는 6월 지자제 선거를 앞두고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도 정치권의 힘 겨루기로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 신 여소야대 정국에 임하는 정치권의 대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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