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변호사에게서 돈을 받고, 서울대 치대 보직교수들이 교수 임용을 둘러싸고 모든 지원자들에게서 금전로비를 받았다는 뉴스는 놀랍다 못해 참으로 충격적이다. 얼마 전 법조공무원들의 급행료 사건을 개탄했는데, 이제는 법관들마저 업무와 관련된 돈을 받아 왔다니 믿을 곳은 과연 어디인가. 창구직원들의 급행료는 「생계형 비리」라 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 송금방식을 통해 법관들이 받은 돈은 그야말로 악취가 난다. 본인들은 변호사 개업자금으로 빌린 것이고, 나중에 모두 갚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 주장의 사실 여부는 더 따져보아야 알 일이지만, 우리가 또 한가지 걱정하는 것은 사건 관계자들에게서 돈을 받은 법관들이 그것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인사치레나 사례비 성격으로 인식하는 도덕적 불감증이다. 법관은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률로 무장해야할 사람이다. 그런데도 실비라는 명목 등으로 변호사의 돈을 받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법관사회의 현실이 걱정스럽다.
서울대 치대 보직교수의 안방 장롱속에서 나온 미화 4만9,000달러, 일화 60만엔, 200돈쭝의 금붙이에 이르러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구강외과 보직교수들이 교수임용 지원자 모두에게서 억대의 금전로비를 받았고, 평교수도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 대학당국은 임용에 문제가 없다고 얼버무려 왔다. 이 나라의 최고 지성인들이 금붙이와 달러를 감추어온 사실에서는 배반당한 기분을 숨기기 어렵다. 국가적인 고난을 이겨내려고 온 국민이 마음과 힘을 합쳐 가는 시대에 혼자만의 욕심을 채우려는 지도층의 모습이 서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법관과 변호사 유착비리를 적발한 검찰은 사법파동 같은 파장을 우려해 수사착수를 주저하고 있다고 들린다. 또 서울대 치대 교수임용과 관련해 다른 교수들이 받은 돈이 1,000만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구속을 망설인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해 철저하게 수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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