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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의 ‘3월 위기설’/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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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의 ‘3월 위기설’/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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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양국에 나란히 「3월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정부보증과 마감연장 대상에서 빠진 민간 기업의 단기외채 상환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한국판 「3월 위기」의 내용이다. 건국 이래 최악이라는 경제 위기속에서 이 정도는  여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3월 위기」는 본진이다. 일본 국내의 경제불안에 대비한 자구책으로 행해진 일본 자금의 회수가 지난해말 한국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지적까지 있었다. 막상 본진이 일어 나면 한국에는 해일이 밀어닥치게 된다. 아니 세계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일본 총리는 『일본발 세계공황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의 경제장관, 학자들은 입을 모아 『아시아 경제위기의 본질은 일본 경제의 허약한 체질』이라고 질타한다. 말로는 경기부양책을 떠들면서 구체적인 행동은 머뭇거리는 정치지도자들의 태도가 일본판 「3월 위기」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본의 「3월 위기설」은 주가 대폭락을 뼈대로 한 시나리오. 3월 중순부터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해 3월말께는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퇴진론이 나오고 있는 하시모토 정권의 붕괴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그런 조짐은 이미 무성하다.

 70조엔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의 불안이 우선 요인이다. 총액 30조엔의 금융안정화 방안이 16일 국회를 통과했어도 불안은 여전하다. 대장성의 「접대뇌물」 사건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데 대한 여론도 곱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한 은행의 대출 기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전자 통신 석유 유통 등 각 업계는 잇따라 3월말 결산을 앞두고 대폭 예상 수익을 줄이거나 적자를 늘이는 수정작업을 하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한 「가계 방어」로 소비 위축이 심각해 기업의 주름살은 쉽게 펴질 전망이 아니다.

 더욱이 3월13일의 차익거래 결제일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대량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 거의 틀림없다. 현재 「사자」 초과인 외국인 투자가 언제 「팔자」 초과로 돌아설 지 모른다. 「주가 정치」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그나마 주가를 떠받쳐 주는 것은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말 뿐이다. 이에 따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3월 위기」는 그 결과를 예측하기 두려운 실제 상황이 되고 만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을 비는 것은 막 숨통이 트인 한국 경제가 더 이상의 충격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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