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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접투자 유치하라/어윤대(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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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접투자 유치하라/어윤대(아침을 열며)

입력
1998.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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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2년 가까이 추진하다 최근 포기한 미국 다우코닝의 사례가 외국인 투자유치의 문제점을 극명히 노출시키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외국 금융기관으로 부터 차관형태로 조달해왔다. 차관은 사업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자를 지급해야 할 뿐아니라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국제금융 시장이 불안해지고 국내 경제가 어려우면 차관은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 수 있다. 80년대의 남미, 동구권, 동남아가 이미 경험했고 한국도 이러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차관의 대체수단으로 다국적기업의 외국인 직접투자나 주식이나 채권 등의 포트폴리오투자가 있다. 한국의 경우 총자본유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미달되는 수준으로 개도국 평균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년의 경우 2.3%로서 아시아 개도국의 15.1%나 선진국의 9.1%수준에 비해 크게 미달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가 원하는 고도기술과 많은 자본을 가져오거나 수출을 신장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도리어 국내시장 침투나 서비스 부문의 진출을 목적으로 삼을 때가 많다. 따라서 국내 기업과 이해상충되기도 한다. 이전가격이나 자본유출입은 관세, 조세당국과의 마찰을 야기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한 단기간 내에 유입될 수 있는 규모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형편은 쓰다 달다할 여유가 없다. 외채를 급히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면 초기단계에는 자본 유입이 늘어난다. 수출도 늘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가 늘면 「경제 자유화」에 대한 바깥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지아가 경제자유화 측면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외국인투자가 많다는 사실로서 설명할 수 있다.

 외채문제가 노출되지 않았던 3년전부터 이미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노력은 시작되었다. 투자 인센티브제도를 정비하고 원스톱서비스 체제를 구축하여 투자 지원업무를 효율화시켜왔다. 그 결과 96년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작년에는 60억달러로 사상 최고수준을 달성했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더 좋은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원화가 평가절하되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투자 원액의 가치가 두배로 뛰었고, 노동력과 부동산 등 다른 생산요소 가격도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기업에 대한 투자 뿐만이 아니라 기존기업의 인수합병(M&A) 형태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속히 신장될 것 같다.

 이러한 여건의 변화에 추가적으로 외국인투자 장애요인들을 제거하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다. 투자유치는 총망라식보다는 전략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80년대말까지 전체 외국인 투자의 반을 차지했던 일본기업 투자가 지금은 전무한 상태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업구조상으로 상호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일본기업을 우선적으로 유치해야한다. 배타적인 민족감정을 버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기술집약도가 높은 전자관련 일본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공항 근처에 공단을 마련해야 되겠다. 도쿄(동경)근방에 있던 반도체공장을 규슈(구주)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안으로 우리나라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우코닝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규제를 낮추어야 하겠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공업배치법을 조정하여 수도권 지역내에 공장 건립을 허용해야 하고 유통 시스템과 교통체증 개선으로 물류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외국인 유치를 위해서뿐 아니라 어떤면에서는 국내 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타개책도 될 수 있다. 정부규제를 없애는 데는 긴 시간이나 큰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집권 초기의 신정부는 정부규제를 없앨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정부규제가 없다면 한국기업들도 낯선 외국땅으로 기업이민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사업하기 쉬운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을 한국경제 부활의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결국 고용도 하고, 외채상환에 필요한 달러를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국내기업 외국기업으로 차별하지 말고 어떤 기업도 한국내에서 열심히 뛸 보람이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캐나다 국내생산량의 60%를 외국의 다국적기업이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은 국적이라는 의미가 없는 무국경사회가 되고 있다. 고용을 증가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은 어느 국적을 가졌든 상관하지 말고 뜨겁게 받아들이는 정책과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고려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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