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은 「청문회」를 「행정 및 입법기관이 법안의 심의, 행정처분, 소청의 재결 등을 위해 필요한 증언을 수집하는 절차의 한 가지」라고 풀이하고 있다. 쉽게 바꾸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증언을 듣는 것」이 청문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보가 「다큐멘터리 대환란」을 연재한 이유는 간단하다. 개도국의 우등생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수석졸업했던 한국경제가 왜 갑자기 침몰했느냐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을 캐다보면 한 없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느닷없이 다가온 IMF 긴급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강물이 넘쳐 홍수가 났을 때 강의 발원지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살피는 것도 의의가 없진 않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과연 둑은 제대로 쌓여있었는지, 홍수예방경보시스템은 갖춰졌었는지, 갖춰졌다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예상은 했지만, 「벽」은 너무 높고 또 두꺼웠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며, 그 논리나 근거는 무엇이었는가를 알만한 사람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실무진이나 주변 사람들은 사태의 흐름을 정확히 몰랐다. 모든 정보가 철저히 일부에 의해 독점되어 있었던 것이다.
핵심인사들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시간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데, 이러다가 또 실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계속됐다. 더 이상 소를 잃지말자고 외양간을 고치려는 것인데, 고치기도 전에 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88년 11월3일 「일해재단 청문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수많은 청문회가 열렸지만 이번 「경제 청문회」만큼 국민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끄는 것은 드물다.이번 IMF체제가 4가구중 1가구를 실업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을 정도로 국민 개개인의 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달리 「과연 경제청문회에서 어느 정도까지를 밝혀낼 수 있을까」라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청문회가 이같은 냉소적 분위기를 씻어내려면, 그리고 두번 다시 이번과 같은 국난을 가져오지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굳게 닫힌 당사자들의 입을 여는데 주력해야 한다. 청문회를 준비하는 의원들에게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청문회」를 주도했던 샘 어빈 상원의원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바람직한 청문회가 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적 자세 그리고 사심없는 의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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