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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알리기 미룰때 아니다/프란시스코 카란사(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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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알리기 미룰때 아니다/프란시스코 카란사(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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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다보면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원문의 단어를 그대로 한국말로 옮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선 그 문장의 속뜻을 알아내어 그 뜻을 중심으로 옮기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것마저 쉽지 않다. 한국인 고유의 감정적 표현인 「정」이나 「한」같은 단어를 옮기기도 쉽지 않지만 한국의 전통 생활양식에 속하는 「툇마루」 「다락」 「대청마루」 「지게」같은 단어들은 전혀 비슷한 것이 없으니 고심하게 된다. 사실 번역에 손대기 전에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툇마루」에 걸터앉아 본 적이 없고, 철 지나서 잘 안쓰는 물건을 「다락」에 둔 적도 없고, 여름날 시원한 「대청마루」에 누워 낮잠을 잘 기회도 없었으며 「지게」로 물건을 나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설명을 듣고 또 사전을 뒤적여도 안되겠길래 일부러 민속촌을 가보고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 이렇게 한국에 오래 살아온 사람도 한국인의 전통과 관습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전반적인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나라 사람이 한국과 한국인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려면 한국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소개를 해야한다. 그런데 큰일이다. 요즈음에 가장 많이 듣는 한국말이 「큰일났다」인데 나도 요새 이 말을 많이 쓴다.

 내가 큰 일 났다고 느끼는 것은 경제위기로 비롯된 알뜰 정신이 문화면에까지 퍼지고 있는 것 같아서다. 한마디로 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의 유명 연예인을 불러오는 등의 문화행사나 많은 돈을 내면서 스포츠게임을 중계하는 것은 생각할 문제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사업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이 자동차의 나라, 가전제품의 나라라는 이미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통문화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기위해 노력한 것은 불과 몇년 되지 않는다. 한국관련 서적을 외국어로 번역한다든가, 한국의 전통공예 문학 미술 음악 무용을 알리는 노력이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있는데 경제위기를 핑계로 이 부문의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안될 일이다. 물론 의식주 해결이 가장 급한 문제이기는 하나 단시일에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경제발전과는 달리 문화에대한 투자는 장기간 꾸준히 진행되어야 그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는 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위기를 다루면서 상당수의 외국언론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냉소적인 것을 보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경제위기는 한국인이 가진 애국심과 단결력으로 몇년후면 극복될 수 있겠지만 그때 가서 한국문화를 소개해도 늦지않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늦을 것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21세기를 대비해서 한국문화 소개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해야한다.<한국외대 교수·페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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