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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사태와 미 함포외교/김태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전문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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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사태와 미 함포외교/김태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전문가진단)

입력
1998.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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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문제아’ 후세인 겨냥/군사력동원 외교승리 노려/클린턴 궁지탈출 목적도” 작년 11월에 이어 걸프만에 또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경고와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 총리의 연기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17일을 공습일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세 척의 항공모함과 3,000명의 지상군병력, 스텔스 B1폭격기 등이 속속 걸프지역에 집결하고 있다.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이 공습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유럽과 중동을 순방중이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1차공격으로 표적시설 파괴에 실패할 경우 2차공격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새로운 걸프전이 일어날 것인가? 옐친 대통령의 경고대로 새로운 세계대전의 시발이 될 것인가?

 이번 사태의 발단과 전개과정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몇년전 북핵위기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생화학무기로, IAEA를 유엔특별위원회(UNSCOM)로 바꾸어 놓으면 이라크사태는 북핵위기의 구조와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이번 위기는 곧 이라크의 생화학무기를 발견, 폐기하려는 UNSCOM과 걸프전의 패배로 핵시설을 해체당한 이후 「약자의 핵무기」로 불리는 생화학무기를 보유하려는 이라크의 숨바꼭질 과정이자 한 결과인 것이다.

 걸프전을 거치고도 이라크는 여전히 탄저균 등 치명적인 세균독소로 무장된 탄두를 24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탄두들은 사정거리 185마일의 스커드 미사일, 혹은 사정거리 400마일의 알­후세인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하면 중동전역에 최소 10만명, 최대 100만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히틀러와 같이 내부적으로는 독재자요, 외부적으로는 침략자다. 이러한 독재자가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중동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을 미국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유엔안보리 결의대로 UNSCOM이 모든 사찰을 마치고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보장을 할 때까지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다. 경제제재 결과 사담 후세인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져 온건한 인물로 대치되면 최선이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걸프전이래 유엔 경제제재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크는 유엔사찰을 「적당한 선」에서 끝내고 제재가 해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이라크에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프랑스 등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이라크는 작년 10월말 핵심시설에 대한 사찰을 위해 입국하려던 77명의 유엔사찰단중 미국인 사찰단원 6명의 입국을 거부하였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이기도 했다.

 미국은 유엔사찰단 전원을 철수시키고 이라크에 대한 군사제재 준비에 들어갔다. 결국 러시아의 중재하에 이라크가 「양보」함으로써 당시 위기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무제한의 장소에 제약없이 사찰」할 수 있다는 유엔결의에 반하여 이라크는 여전히 일부지역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였다. 갈등이 고조되자 미국은 다시 군사적 제재를 강구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많은 미국인들은 후세인 제거를 군사행동의 직접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걸프전의 발발을 점치는 것은 성급하다. 지금의 위기는 군사적 위기가 아니라 외교적 위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은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외교적 승리가 목적이다. 공습만으로 이란의 생화학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공습만으로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라크는 대통령궁을 포함한 여덟 군데의 사찰을 받기로 결정하였지만 이 위기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우선 이라크 입장에서 재래식 군비가 제한된 가운데 「최후의 억제수단」인 생화학무기의 완전한 해제는 수용할 수 없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위해 그토록 많은 군사적 외교적 공을 들인 것은 군사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협박의 신빙성을 높여 외교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공을 들인 만큼 성과가 없으면 국제적으로 망신이고, 국내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크다. 「지퍼게이트」와 선거자금 스캔들로 궁지에 처한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국제위기와 군사외교적 승리는 국내적 궁지의 탈출구도 된다. 따라서 최소한 한 라운드의 새로운 군사적 외교적 공방이 예상된다. 또 외교적 타결이 이루어지더라도 집결한 군사력 철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걸프위기의 장기화는 우리에게도 부담이다. 유가폭등 문제가 아니다. 이미 미국 내부에 군사력 배치상 불균형을 우려하는 소리가 있다. 미국 군사력의 불균형배치는 한반도에서 미군의 대북억제력 약화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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