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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이젠 달라져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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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이젠 달라져야(사설)

입력
1998.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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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전과 파행, 국회를 지탄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14일 끝나게 되어 있던 임시국회가 회기를 16일까지 연장해 막판 공전과 파행을 간신히 모면했다. 그러나 지난 2주일간의 회기는 공전과 파행, 바로 그것이었다. 1차 외환위기와 이미 예고된 2차 환란 가능성을 막고 새정부 출범전에 국가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소집된 국회가 한 일은 사실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가 다룬 추경예산안 정부조직법개정안 노사정 입법안 인사청문회 도입등 4대의안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중대한 입법사안들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노사정 합의에 따른 입법안만 처리했을 뿐 어느 하나 제대로 합의처리한 것이 없다. 노사정 입법도 민주노총의 파업유보와 이에 따른 여론을 의식, 회기연장 직전에 부랴부랴 서둘러 처리했다. 추경예산안은 새정부 출범후로, 실질적인 인사청문회 도입은 6개월후로 미뤘다.

 추경만 해도 그렇다. 추경은 IMF 프로그램과 맞물린 각종 실업대책, 금융기관 구조조정, 중소기업 지원등에 절대 필요한 돈이다. 그것을 국회는 여야의 당리에 따라 새정부 출범후로 처리를 연기했다. 인사청문회 도입도 비슷한 거래가 이뤄졌다. 인사청문회 도입은 현정부의 시행착오 인사가 국가를 거덜낸데 대해 울화통이 터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사안이었다. 이 사안을 여야가 김대중정부 첫 조각에만 적용치 않기로 내막적 합의를 본 것은 거래의 개연성이 높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중앙인사위 설치안을 삭제키로 한 것은 인사청문회 도입연기와 거래했을 가능성이 짙다.

 아무 것도 일궈낸 것이 없는 국회가 회기를 연장키로 한 것이 바로 정부조직법상의 기획예산처 신설과 소속문제라는 데서 우리는 정치권의 당리추구가 어떤 맹목적 폐해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정부의 예산편성 및 집행기능이 정부의 어느 부처 산하에 있든 국민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는 예산편성과 집행이 약간의 잡음과 정치적 목적에도 불구, 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만은 예산편성기구의 신설 및 소속문제를 놓고 여야가 위헌론까지 들먹이고 회기를 연장해 가며 대치하고 있다. 소여는 대통령 직할기구로 예산처를 두고 이를 이용해 대야를 압박하겠다는 것이고 야권은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속셈이다.

 이 문제도 여야가 막판까지의 샅바싸움끝에 거래로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거래를 해서라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몰아닥칠 국민의 질책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거래는 국민의 일방적 피해를 담보로 하고 있다. 집권당을 해본 적이 없는 여당과 야당노릇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야당의 새로운 정치실험에 국민이 볼모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의 새 정치실험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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