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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자기모순/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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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자기모순/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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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외환위기극복을 위해 장롱속의 금을 모아 외채협상에 나선 대표단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국회는 중심을 잃고 표류하면서 반짝했던 국가신인도를 위협하고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초하고 있다. 국회가 사실상 공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무력증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구심점을 상실해 지도력 결핍에 허덕이고 있다. 소수여당에서는 『야당과 대화를 하려해도 누구를 상대로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거론되고 있는게 한나라당의 김종필 총리내정자 임명동의 거부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새정권의 초대총리에 대한 임명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 원내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한나라당의 총리 임명동의 거부 주장이 지극히 정략적 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전당대회를 의식한 지도부의 몸사리기와 강경주장을 펴야 존재의의를 과시할 수 있다고 믿는 초재선의원들의 생존전략이 바탕에 깔려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공동정권의 틈새를 벌려놓아야 6월 지자제선거에서 참패를 면할 수 있다는 계산도 숨어 있을 것이다.

 정당이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6·25이후 최악이라는 국가비상상황이다. 온국민이 힘을 모아도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김종필총리내정자의 임명동의를 거부하는 이유는 김내정자가 참신한 인물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김총리내정자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대표를 지냈고 3당 합당의 장본인중 한사람이다. 한나라당의 오늘이 3당 합당에서 연유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다른당은 몰라도 한나라당 만큼은 김총리내정자의 참신성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여기에다가 한나라당은 온국민을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환란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지난해 봄 한보사태로 정권 차원의 위기에 몰리자 국면전환을 위해 대통령후보 조기경선을 서둘러 시작했다. 온국민의 관심은 9룡이니 8룡이니 하는 여당의 「후보놀이」에 쏠렸다. 국정이 뒷전으로 밀렸고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곪아터질대로 터진 외환위기 속에서 두손 놓고 IMF사태를 맞아야 했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한나라당은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국가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당리당략도 나라가 바로선 뒤에야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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