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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복지부장관의 자격/유성희·대한의사협회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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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복지부장관의 자격/유성희·대한의사협회장(특별기고)

입력
1998.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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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고려’ 배제 보건·의·약·복지분야 전문성이 최대요건 돼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20일쯤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내정자를 발표하고 23일쯤에는 각료후보를 복수로 공개한 후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6일 새 내각명단을 일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조직 개편작업의 와중에서 보건복지부가 공중분해되거나 통·폐합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국민보건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국가행정기구의 장인 보건복지부장관에 어떤 인사가 발탁될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명실상부한 자격과 실력을 지닌 인사가 기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부분 정치적 배경이나 대선 후의 논공행상, 통치자의 사적인 정실, 지역안배 등 외적 요인에 의해 비전문 인사들이 기용되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보건복지부장관(보건사회부장관 포함)이 8번이나 경질됨으로써 「업무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세간의 지적처럼, 정부 스스로가 행정의 일관성을 포기한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보건의료분야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관장해야할 「장관」이라는 자리가,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비전문가로 채워지고, 그나마 수시로 교체됨으로써 미래 지향적인 의료복지제도의 기본틀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이래서야 과연 정부가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것인지, 아니면 감투 나누어주기식 선심을 베풀려는 것인지 모를 정도다. 이로인해 복지정책은 구두선에 그쳤으며 각 이익집단의 주장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갈팡질팡 보건정책이 되고 말았다. 새정부는 제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당부한다.

 세간에서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인사원칙을 전문성 중시, 측근배제, 지역색 타파로 요약하고 있다. 그런만큼 새로 임명되는 보건복지부장관은 당연히 보건·의·약 및 복지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을 지닌 전문직 인사가 기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문성 중시라는 김당선자의 준비된 인사구상이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화, 다변화, 전문화로 치닫는 21세기의 새로운 물결을 헤쳐가기 위해서라도 전문직 인사가 보건복지행정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비전문가가 장관으로 기용되어 복잡다단한 의료관행이나 보험제도를 일일이 「보고받고 공부하고」 정책결단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이번에야말로 보건의료계 안팎에서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는 전문가가 장관으로 임명되어 복지부 본연의 업무수행에 자율성과 책임행정 관행이 정착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기 바란다. 보건의료분야의 전문가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발탁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보건의료 개혁은 정권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권의 인기와는 관계없이 전문가적 입장에서 자기 소신을 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보건·복지·의약 등 모든 분야에 걸친 문제를 총망라하여 개혁하려고 하기보다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전략적인 문제 또는 가장 근본적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이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개혁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분야 전문가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

 셋째, 제도의 개혁보다 정말 필요한 보건의료환경의 현상을 개혁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지금껏 수많은 제도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보건의료환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전문가 장관」의 임용은, 의료복지의 현실과 미래를 조화시키고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복지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며 국민의 참여 속에 의료복지정책을 균형있게 조절할 수 있는 가장 튼튼한 방안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해 두고자 한다.

 혹자는 전문직 인사는 행정실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관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관은 정책을 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반드시 행정실무 능력이 뛰어날 필요는 없다. 행정실무는 행정관료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직 장관의 경우 시행착오를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상부의 눈치나 보고 몸만 사리는 장관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젖어있거나 해바라기성 기회주의라는 온실에 더이상 머물러 있어서도 안된다. 새시대, 새정부에 걸맞는 진정한 재목은 공인으로서의 원대한 비전과 철학을 품고 국가경영에 헌신하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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