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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죽일 수 밖에 없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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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죽일 수 밖에 없었나(사설)

입력
199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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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시 진양호 동물원에서 키우던 호랑이가 11일 아침 우리를 뛰쳐나가 배회하다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맹수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죽일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날 저녁 TV 뉴스에서 호랑이가 사살되는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소방당국 및 동물원측과의 대책회의에서 사태해결의 최우선 순위를 인명보호에 두고 사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되지만, 먼저 마취총을 사용해 포획을 시도해 볼 수는 없었을까. 당시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는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렸을 뿐 날뛰는 상태는 아니었다. 마취총의 효력은 30분 정도 지나야 나타나므로 포획이 어렵다는 것이 진주시의 설명이지만, 다른 동물원의 전문가들은 마취약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얼마든지 포획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벵골산 12년생으로 호순이란 이름을 가진 그 호랑이는 지난 9일 새끼 두 마리를 낳았는데, 인공사육을 이유로 하루만에 새끼들을 분리시킨 후 수컷과 심하게 싸우다가 높이 5m의 철조망을 뛰어넘어 탈출했다고 한다. 동물원처럼 갇힌 공간에서 새끼를 낳은 호랑이는 제 새끼를 잡아먹는 일이 있어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려는 조치였다지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없었다고 말한다. 모계번식인 호랑이의 특성과 출산직후의 예민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동물원측과 경찰이 인명피해를 막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동물들을 사육하고, 특히 맹수를 키우는 동물원에서 위험사태에 대비하는 전문지식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새끼를 낳은지 이틀밖에 안되는 어미 호랑이가 무장경찰의 집중사격을 받고 숨지는 장면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동물원을 만드는데 그치지 말고 전문지식을 갖추라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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