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70회 아카데미상은 세 작품을 주목한다.10일 발표된 노미네이션 결과를 보면,재난영화 「타이타닉」이 14개,액션 느와르 「LA컨피덴셜」과 드라마 「굿 윌 헌팅」이 각각 9개 부문에서 수상후보로 올랐다. 3월23일 시상식을 앞두고 「타이타닉」(21일)과 「LA 컨피덴셜」(3월7일)이 국내에 개봉된다.<편집자주>편집자주>
◎TITANIC/대재난배경 신분넘는 사랑/사상 최다부문 수상노려
1912년 4월 북대서양에 침몰했던 타이타닉호는 인간의 자만이 낳은 허영의 산물이었다. 1,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저주를 부른 바다의 바벨탑. 개봉전까지 영화 「타이타닉」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위기에 몰렸다. 밑빠진 독에 물붓 듯 쏟아부은 돈(2억8,000만달러, 약 4,200억원)과 3년 가까운 제작기간이 좌초의 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결과는 이런 불길한 예측을 단번에 씻어버렸다. 스타시스템, 특수효과, 스펙타클. 「타이타닉」은 블록버스터(대히트작)의 요소를 고루 과시하며 세계인의 눈과 귀를 홀리고 있다.
「에일리언2」 「터미네이터」 「트루라이즈」로 나아갔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목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수효과의 미학을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미래의 세계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데 지친 그는 금세기 최고의 해난으로 눈을 돌렸다. 완벽주의자 카메론은 우선 대서양 밑바닥으로 들어가 타이타닉의 잔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얻은 확신. 『이것은 단순히 사고를 재생하는 영화가 아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무덤에서 끌어낸 타이타닉에 카메론은 과감하게 사랑이라는 허구를 조합한다. 일등석에 탄 영국귀족 로즈(케이트 윈슬렛)와 삼등석의 미국 청년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러브스토리는 영화 전반부에서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약혼자를 멀리해온 로즈는 자유분방한 기질에 잘생긴 얼굴, 그림그리는 재주까지 지닌 잭을 만나 짧지만 영원한 사랑을 나눈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잠자던 자유를 향한 열망을 일깨워준 잭의 작업을 위해 로즈는 스스로 옷을 벗을 정도로 변신한다. 그러나 가라앉는 배 위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다 결국 부서진 배의 조각을 붙잡고 남은 두 사람.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가르쳐주며 죽어가는 잭의 사랑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사고현장의 역사적 재구성에 머물지 않고 드라마와 실제상황을 완벽하게 배분한 절묘한 구성. 「타이타닉」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자책감으로 자살하는 승무원, 승객들이 구조선에 모두 옮겨탈 때까지 묵묵히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 등 침몰해가는 배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려낸 눈초리가 돋보인다. 실물크기와 가깝게 건조된 타이타닉 호의 위용, 빙산앞에서 급 좌회전을 하다 부서지는 장면, 두 동강난 배의 한쪽이 피라미드처럼 솟아 오르는 장면 등은 온몸의 감각기관이 수용하지 못할 정도의 전율을 가져다준다.
연출 각본 제작 편집은 물론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의 누드화까지 직접 그린 제임스 카메론의 일생일대의 도박은 헛되지 않았다.<이윤정 기자>이윤정>
◎L.A.컨피덴셜/숨가쁜 액션 탄탄한 스토리/5대 비평가협회상 휩쓸어
빗자루로 쓸어 모은다면 족히 두세가마는 됨직한 탄피, 근육과 뼈의 격렬한 부딪힘, 사방에 튀기는 피…. 느와르의 역동성과 쾌감을 충족시키는 요소들이다. 여기에 해결할 가망없이 엉킨 듯하다가 반전을 거듭해 명쾌하게 가닥을 잡아나가는 스토리와 로맨스가 결합한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LA 컨피덴셜(Confidential)」은 모든 것을 갖췄다. 재미가 철철 넘쳐 흐른다.
1953년 기회의 땅 LA, 매일 스타가 탄생하는 화려함 뒤에는 예외없이 마약과 매춘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도심의 조그만 카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희생자 중에는 전직 경찰 스탠스도 끼여 있다. 경찰은 단순강도 사건으로 보고 3명의 흑인용의자를 추적해 이들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스탠스의 파트너였던 버드는 사건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단독수사에 들어간다. 흑인용의자를 잡아 상까지 받았던 신참형사 에드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따로 수사를 벌인다. 꼬리를 물었던 여러 의혹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그들 앞에는 상상도 못했던 범죄커넥션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할리우드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이 영화는 전미비평가협회 등 미국내 5대 비평가협회의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 영화사상 처음이다. 이러한 성과의 공은 단연 시나리오에 돌아갈 법하다. 감독 커티스 핸슨이 직접 쓴 시나리오는 물샐틈 없는 견고함을 과시한다. 관객은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허점을 발견할 수 없다. 핸슨감독은 모방을 통한 재창조를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대부」(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비정함, 「언터처블」(브라이언 드 팔마)의 긴박함, 「첩혈쌍웅」(오우삼)의 치열함을 한데 모았다.
영화에 출연한 일류급 배우를 꼽으라면 고급콜걸로 나온 킴 베신저가 유일하다. 그 밖에는 조연급 배우이다. 그중 버드 역의 러셀 크로우, 에드 역의 가이 피어스는 일단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히 「프리실라」에서 게이 쇼걸로 출연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축소판 같은 외모이지만 짙은 여운이 배어 있는 성격파 연기자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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