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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울림’의 유엔/뉴욕=윤석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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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울림’의 유엔/뉴욕=윤석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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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6일 안보리이사국 대표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10일로 예정된 중동순방을 앞두고 갖는 의례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얘기의 초점이 이라크 사태로 모아지며 안보리 회의장을 방불케하는 격론이 벌어졌다. 『사무총장, 당신이 개입해야 하지 않소』 『바그다드를 방문해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설득해봐요』 몇몇 대표들은 대이라크 군사작전을 준비중인 미국의 독주를 「방관」하는 사무총장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코스타리카 대표는 성이 안찼는지 자리가 파한후 이라크를 방문하도록 공식 요청하는 서한을 별도로 작성해 총장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총장 대변인인 프레드 에크하드는 9일 『총장의 이라크방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안보리가 가라고 요청하거나, 가서 이룰 것이 있다는 확신이 서면 총장은 분명히 갈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뒤집어 보면 총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없음을 자인한 셈이었다. 이와함께 오래전부터 준비됐던 중동순방 계획도 연기됐다.

 총장이 유엔에 남아 사태의 외교적 해결에 치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다. 하지만 미국이 다져놓고 있는 지역공조 분위기를 깨뜨리는 우를 범할지 모른다는 염려때문에 취소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가 유엔에 앉아 있다고 지난해 11월부터 안보리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평화적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브리핑장에는 「역시」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사실 유엔내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프랑스, 러시아 등은 아난총장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가나출신인 아난 총장은 미국과 불화 관계이던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미국이 내세운 후보였다. 반면 이집트출신으로 특히 미국과 아랍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던 부트로스 갈리 뒤에는 프랑스 등이 포진했었다.

 당시 사무총장 선거는 유엔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프랑스, 러시아 등의 대리전이 불꽃 튀는 접전이었다. 결국은 미국의 후원을 받은 아난이 승리. 그는 비대해진 유엔조직의 경영 슬림화라는 대대적인 개혁·개편안으로 미국측의 요구에 답했다.

 하지만 태생적 한계 탓에 예민한 정치문제에 관해서는 흡족한 대응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세계 평화의 구현장이라는 유엔이 점차 공허한 울림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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