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민주노총의 결정은 한 마디로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사회의 기본인 약속을 깨버린 행위다. 끝내 예정대로 총파업이 벌어진다면 국민생활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우 회생조짐을 보이는 경제사정이 크게 악화할 우려가 크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 사흘만에 대의원대회를 통해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자신들은 물론 국가의 신인도마저 떨어뜨렸다. 근로자들에게 고용조정(정리해고)의 법제화는 괴로운 일이겠지만 민주노총의 대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대승적 인식에서 동의했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대표가 합의해 준 내용을 파기한 것은 교섭권과 체결권을 분리해 온 노조의 고질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가 재연된 결과이다.
추인거부 과정도 문제다. 자기 의사에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고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기립표결로 추인거부가 결정됐다.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과 교원노조 인정이라는 소득을 얻어낸 민주노총이 이처럼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의사결정 방식을 고치지 않은채 정치세력화한다면 어떤 정치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좋은 것은 삼키고 나쁜 것은 뱉는 식으로는 어느 누구의 지지도 얻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국난 극복에 있어서 중요한 파트너다. 파업결정을 철회하고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정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면 입법과정에서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행동할 일이지 파업으로 요구를 관철하려 해서는 안된다.
서울지하철노조는 파업을 하루 앞두고 철회했다. 94년6월의 파업때 발생한 손해 51억여원의 배상소송이 문제의 발단이었지만, 노조는 내부문제를 이유로 이미 89년 이후 세번이나 대규모 파업을 벌여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 바 있다.
이제 IMF시대에는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노조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깊이 성찰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