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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를 길러라/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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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를 길러라/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한국논단)

입력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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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조직·연공서열 등 아마추어리즘 벗어야/정부조직 개편작업도 겉보단 SW의 개혁을” 우리 사회에는 열심히 뛰는 아마추어들은 많으나 프로는 드물다. 기업의 과투자, 금융감독 부재로 인한 부실화, 빗나간 정책대응등은 모두 아마추어들이 지배해온 결과이다.

 지난 30여년간의 경제성장사를 뒤돌아보면 우리의 근대화, 산업화를 이루어낸 주일꾼은 역시 근로자들이었다. 저임금에 밤낮없이 일하고 또 단순노동에는 너무나 잘 훈련된 이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기반위에서 우리는 수출과 산업생산을 늘리고 후진국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지난 10년동안 우리는 이들이 이루어낸 산업경쟁력에다가 3저 등 국제환경의 유리한 전개, 그리고 국제자본시장의 우리 산업생산력에 대한 과대평가로 부풀려진 거품 덕택으로 근로자 뿐아니라 화이트칼라들도 모두 프로수준의 봉급을 받고 높은 소비수준을 누려왔다.

 그러나 프로는 프로다워야 계속 그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화이트칼라들은 아직 프로수준에 달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블루칼라들이 이루어 낸 초반승부의 성공덕에 프로들이나 누릴 수 있는 대접을 받고 지냈다. 블루칼라들의 국제경쟁에서의 성공은 90년대에 들어서는 화이트칼라들의 성공적인 국제경쟁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결국 다시 선진경제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각 분야에서 프로를 길러내는 수 밖에 없다.

 프로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그것은 교육과 직장에서의 훈련에 의해 길러진다. 우리나라의 고교졸업생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 우리 중·고등교육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이미 고등수학을 다 배우고 게다가 밤늦게까지 과외다 숙제다하며 시달려와 소위 몸으로 때우는 일은 열심히 할 수 있는 습관도 배어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진국의 문턱을 쉽게 넘게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대졸생, 대학원 졸업생,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의 중견간부급등 창의성과 전문성을 요하는 계층으로 올라가면 국제경쟁력은 점점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의 대학교육이 크게 바뀌어야 하고 또한 직장에서의 전문고급인력 채용 및 훈련방식, 인사제도, 고과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되어 왔으므로 접어두고 직장에서의 인재양성을 보자. 우리나라 정부나 은행등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중간관리자 채용이 극히 차단되어 왔고 연공서열식 인사제도는 그저 몸으로 열심히 때우면 창의적인 성과를 거두어내지 않아도 승진을 보장해 왔다. 이런 풍토에서는 경쟁력있는 프로들이 양성되지 않는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보고도 비슷한 답답함을 느낀다. 현재의 조직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어느 부처가 무슨 권한을 가져가고 하는 하드웨어적 개편보다 오히려 정부부처 내부의 조직 및 운영방식, 인사관행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개혁이다. 재경원의 경우도 경제정책에 관련된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면이 있지만 그것이 또한 오늘날과 같은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서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경제부총리 제도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개혁과제가 많고 부처간의 의견조율이 필요할 때는 부총리제도가 큰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재정경제원이 국민이 기대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잦은 장관의 경질, 내부조직과 문화, 인사관리제도, 폐쇄적인 관료조직의 운영등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연공서열식 승진제도, 외부와의 경쟁이 차단되어 있는 관리층의 임용제도, 책임과 권한이 분명치 않은 내부조직, 부처내부에서의 토론과 정보교환의 정체, 모든 결정이 장관에게만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조직문화등은 전문성 있고 창의력 있는 관료들을 양성시키지 않는다. 물론 인력감축을 위한 조직개편은 있어야 하겠으나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정부혁신은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개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접어두고 겉조직 개편에 집착하는 발상 역시 아마추어적 발상이라 보여진다.

 금융기관의 경우도 부실금융기관은 국가가 자본증액과 동시에 경영층을 혁신하고 필요하다면 외국인 심사평가 전문가, 혹은 외국은행에서 훈련된 우리나라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그들에게 내부조직개편과 자산운용에 대한 전적인 책임과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다. 기업도 문제는 덜하지만 비슷하다. 총수에 집중되어 있는 결정권, 관료화되어 있는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소위 「빅딜」이란 것이 많이 이루어지더라도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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