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불구 집필 소일… “북소식땐 가슴미어져”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황장엽씨가 북한체제를 포기, 망명을 결행한지 12일로 1년을 맞았다. 지난해 말부터 사회 활동을 시작한 황씨의 현재 공식 직함은 통일정책연구소(구 북한문제조사연구소) 이사장. 관계 당국이 운영하는 연구소이다. 지난해 8월 국적을 취득하고 이어 10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황씨는 15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씀씀이가 많지 않은 생활에 정착 보로금이 3억원 가량이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있다.
황씨는 1주일에 2∼3번 연구소에 출근한다. 올해 7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선비풍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황씨와 함께 망명한 전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김덕홍씨는 연구소의 상임고문직을 맡으며 황씨가 직접 밝히기 힘든 의견등에 대한 심부름을 한다.
황씨는 북한에서처럼 하루 일과를 간단한 체조로 시작한다. 연구소에 출근하지 않을 때는 주로 북한관련 학자 면담이나 강연회에 출강, 그리고 독서 및 집필 활동으로 소일하고 있다. 황씨는 대북 정보 평가나 김정일을 포함한 권력층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인간 본성 등 철학적 주제와 남북한 통일 방안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대화한다는 후문이다.
지난 4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북한대표부의 김동수 3등서기관 일가족의 망명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자신의 망명이 북한 고위층 동요의 기폭제가 됐음을 확신하는 듯한 인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황씨도 가끔씩 북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만은 어쩔 수 없는 듯 숙청설 등 흉흉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정신이 흐려진다』며 말끝을 흐린다고 한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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