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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 합법화의 전제/고병헌 성공회대 교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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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 합법화의 전제/고병헌 성공회대 교수(전문가 진단)

입력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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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해집단 아닌 새로운 교육틀 디딤돌역/전교조 운동방식·이념 다시한번 성찰도” 세계 교육사상 유례가 없는 1,527명의 현직교사 파면 해직으로 시작된 교원노조 합법화의 문제는 국회통과만을 남겨 놓은채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의 이번 합의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거세서 국회통과의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한국교총등 기존 교원단체 사학재단등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반대여론을 형성, 입법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언론들도 교원노조 합법화로 교육계가 엄청난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이라는 전망을 매우 강한 어조로 보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교원노조의 합법화가 교육현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불안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염려한 것인지, 혹은 편승한 것인지는 몰라도 전교조에 우호적인 사람들조차도 교원노조 합법화의 전제조건으로서 전교조에 「유연하고 슬기로운 자세」를 하나같이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큰 건」처리와 함께 「개평」으로 받은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았겠지만 교원노조 합법화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의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교육과 관련하여 모두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가 실로 심각하다는 점, 그리고 그 해결에 선진국의 교육경험이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또 실제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외국의 교육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교육개혁의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들중 많은 나라가 교원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원노조 때문에 교육현장이 엉망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마디로 지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일고 있는 교원노조 합법화로 인한 불안의 본질은 기존 교육체제에서 많은 특혜를 향유하였던 교육 기득권층이 달라진 역학관계에서의 위상변화에 대해 갖는 불안과 저항이지 결코 교원노조 본래적 성격에서 연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교원노조의 성격과 방향은 결국 국민의 참여와 견제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겠다. 당파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거국적 차원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교원단체를 갖기를 희망한다면 전교조 뿐만아니라 국민 스스로도 교원노조에 대한 「유연하고 슬기로운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교원노조 합법화의 또다른 전제조건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라고 하면 학교에 대한 국가의 근시안적 통제, 「위」에서 독점한 지시적이고 명령적인 교육제도, 교육내용 결정과 운영에서의 교육주체의 소외, 교장의 독단, 교육감 선출비리, 각종 교재채택 비리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교육의 공적기능이 심각하게 저해될 처지에 놓이게까지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첫 시작은 교육주체의 원상회복이다. 교사 학부모와 같은 교육주체들이 교육정책 수립과 시행에 시작부터 철저히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데, 교원노조는 「밑으로부터의 교육개혁」을 가능케 할 수 있다.

 그래도 「어찌 스승이 노동자라 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창의적으로 자기전달을 할 수 없는 구조에서 「스승」은 존재할 수 없다. 교사 스스로 바람직한 직업윤리를 창출하고 「참 스승」으로 설 수 있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교육의 공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으로서는 「노조」라고 하는 법적으로 보장된 교사들의 「조직된 힘」이 불가피하다.

 물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참으로 멋있는 교원노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이제 전교조에 떠넘겨진 역사적 책무이며, 책임있는 교육주체로 다시 서기 위해서 전교조가 운동방식과 지향하는 이념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냉철한 자기성찰을 하는 것은 교원노조 합법화의 전제조건이다. 아울러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미래지향적 교육제도와 내용에 대한 전망을 스스로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저 하나의 이해집단으로 전락할 경우에는 학부모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적인 비극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일이다.

 교육은 「희망을 만드는 직업」이다. 이번을 계기로 바람직한 교육의 틀이 정립되기를 바란다.<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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