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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가는길 “지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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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가는길 “지금 좋아요”

입력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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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냥 좋다. 산이 빚어내는 자연의 품속에 안기는 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너나할 것 없이 어려워진 형편으로 최근 산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산행은 알뜰여행의 지혜인 셈이다. 서울을 벗어나 하루 산행길로 충남 공주 계룡산만큼 좋은 곳도 없다. 계룡산 동쪽자락에 자리잡은 동학사를 지나 갑사로 넘어가는 길은 풍경도 다채로울 뿐 아니라 힘에 부치는 코스도 아니어서 평일에도 등산객이 줄을 잇는다.

 동학사 입구까지 시원스럽게 이어지는 1번 시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계룡산의 산세도 볼만하다. 계룡산은 845m로 그리 높지 않지만 내륙지방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웅장한 산세와 장엄한 기운이 느껴지는 명산이다.

 낮게 가라앉은 회색빛 겨울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봉우리들이 이어지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낮은 산등성이 사이로 돌출된 뾰족뾰족한 모양의 봉우리들은 희끗희끗한 눈발에 잠겨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닭벼슬을 닮았다하여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상가단지를 지나 계룡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입구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로 접어들면 서늘한 기운과 함께 얼음장 아래로 낮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응달진 계곡에는 두꺼운 얼음장과 바위마다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계곡의 눈은 봄까지 녹지 않는다. 절까지 이어지는 관목림은 잎사귀를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지만 봄이 되면 풍성한 신록의 기운을 뿜어올린다.

 등산로에서 만난 정모(30)씨.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동학사를 찾았다. 『동학사는 벚꽃 필 때가 참 좋죠. 하지만 겨울은 겨울대로 멋이 있습니다』정씨와 친구는 갑사로 넘어가기 위해 배낭을 고쳐매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동학사는 신라 중엽에 창건된 고찰로 절 동쪽에 학모양의 바위가 있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을 고려 때 도선국사가 중수해 태조의 원찰로 삼았다가 조선조 고종 원년(1864년)에 크게 개수했다.

 비구니들의 강원으로 알려져서인지 경내에 들어서면 맑고 정숙한 기운이 넘친다. 한국전쟁때 불탄뒤 현대식으로 새로 지어 고찰다운 맛은 적지만 아늑하고 정갈한 절집의 풍모가 좋다. 할머니들과 중년부부들이 동학사를 즐겨찾는 것도 이때문인지.

 동학사 대웅전 앞 목련나무에는 볕이 드는 쪽을 향해 탐스럽게 새 겨울눈이 움터나오고 있다. 뜰을 감싸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지만 겨울을 견디고 새 봄에 싹을 틔우기 위해 피는 겨울눈에서는 싱그러운 봄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은 남매탑으로 오르는 고갯길로 접어든다. 동학사­남매탑­금잔디고개­신흥사­용문폭포­갑사로 이어지는 총 8㎞의 코스는 지루하지도 않고 그리 힘들지도 않아 하루 산행길로 부담이 없다. 동학사에서 1.7㎞거리의 비로봉 밑 약수터 옆에 자리잡은 남매탑에 얽힌 절절한 사연을 되새기며 숨을 고르고 산행을 이어갈 수도 있다.

 호남고속도로 유성IC에서 국도 32번을 따라 공주 쪽으로 7㎞를 달리면 박정자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를 지나 논산으로 이어지는 왼쪽길 641번 지방도로를 타고 1.4㎞를 가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동학사로 들어가는 1번 시도로와 연결된다.<공주=김미경 기자> ◎계룡산/명당중의 명당 십승지지/서울서 하루 산행에 제격

계룡산에 도사들이 모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닭벼슬을 쓴 용의 모양이라 해서 계룡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은 고려 때 풍수도참설이 도입된 이래 십승지지, 즉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혀왔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중악단을 설치하고 봄가을 산신제를 올렸을 만큼 신기가 깃든 산이기도 하다. 최고봉인 845m 높이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쌀개봉 연천봉 문필봉 등이 연달아 늘어서 산세를 자랑하며 갑사 동학사 신원사 등 명찰과 강선대, 남매탑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이집 음식 괜찮아요/담백한 돌솥밥에/숭늉 끓여먹는 재미

 희락(042­825­3774)은 인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돌솥밥전문집. 계룡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200m쯤 가면 된다. 유성에도 분점이 있다.

 희락의 돌솥밥은 담백함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팥과 밤을 넣는 게 고작이지만 밥맛은 좋기만 하다. 빈그릇에 밥을 반쯤 푸고 돌솥에 물을 부어 숭늉을 끓여먹는 맛도 좋다.

 『요즘 돌솥밥집 돌아다녀보면 왜 그렇게 넣는 게 많어유. 인삼이니 은행이니 조개살이니 넣는데 손님에 따라 입맛이 다 다르잖어유. 우린 제일 무난하게 해유』 주인 소동옥(72)씨의 말이다.

 돌솥밥은 소씨의 아이디어 상품이기도 하다. 83년 공무원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든 게 대리석 공장. 사업엔 실패했지만 남은 돌로 돌솥밥 전문점을 내게된 것이다.『이젠 먹는 것도 거품을 빼야돼유. 어려운 시절을 겪어봐야 뭔가 아는 것 아니겠어유』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소씨가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돌솥밥 7,000원, 삼계탕 7,000원, 파전 5,000원.

 계룡대 삼거리와 동학사 입구 근처에는 최근 들어 인테리어가 깔끔한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유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지난해 10월 문을 연 팰리스 레스토랑(042­825­6969)은 스테이크전문점. 모듬정식 1만3,000원, 등심스테이크 1만6,000원, 런치스페셜 6,000원, 디너 스페셜 2만5,000원. 양도 푸짐하고 후식도 제공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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