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3월이 한겨울보다도 추운 계절이 될 것 같다. 뉴욕외채협상 타결, 주춤해진 고금리경쟁, 부실금융기관정리, 윤곽이 드러나는 각종 구조조정, 그리고 새정부의 출범등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새 질서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제계 전반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3월 한파」의 실체는 ▲외환위기의 재연 ▲자금난에 의한 기업연쇄도산 ▲원자재재고부족에 따른 산업활동마비 등 3가지 가능성이다. 외환 자금 원자재 등 이른바 「3월 3난」의 예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IMF체제의 고통이 크다고는 하나 아직은 공황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3월의 세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경제는 심각한 「패닉」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외화난일 은행 결산·기업외채·인니 “3대 악재”
◆외줄타는 외환수급
일본계 은행의 결산자금회수, 기업 단기외채 상환압박, 인도네시아 위기폭발등 「3대 악재」가 기다리고 있는 3월 외환시장은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다.
전통적으로 3월은 연중 외환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 최대채권국인 일본(대외채무의 23%) 금융기관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여신을 대거회수하기 때문이다.
거액부실과 스캔들로 사정이 어려운 일본 금융기관들의 결산자금 상환속도는 올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외채협상타결로 단기외채 상환만기가 연장됐다고는 하나 「첫단추」만 끼워졌을 뿐 개별금융기관별 후속협상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채권은행들이 만기연장에 동의해 줄지도 미지수다.
더 큰 복병은 기업외채. 순수민간여신인 기업 단기외채가 뉴욕협상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기업들의 단기외채상환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재 총 6백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단기외채중 절반이상은 상환일정이 3월이내로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재벌의 경우 최근 해외에서 일으킨 현지금융 상환압박을 받으면서 계열사끼리 여신분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다른 재벌그룹은 과거 런던은행간금리(리보)에 1%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를 붙여 외화를 조달했으나 뉴욕외채협상서 정부보증채무의 가산금리가 2.25∼2.75%포인트로 높아지는 바람에 채권금융기관이 가산금리를 3%포인트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3월 대통령선거까지 일시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인도네시아 사태는 선거결과에 따라 모라토리엄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이 경우 해외차입선들은 한국에 대한 여신회수고삐를 다시 당길 가능성이 높다.
◎자금난고금리 여전·만기 대출금 상환 본격화
◆가속도붙는 연쇄부도
기업자금난이 풀리려면 외환시장 안정과 금융권 경색해소등 두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기미가 전혀 없다.
여신금리상승을 부채질하던 금융기관의 수신금리 인상경쟁은 한풀 꺾였지만 IMF는 『외환시장의 확실한 안정없이 고금리정책 후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대출금리의 하향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은행 여신담당자는 『한두달은 고금리를 버틸수 있을지 몰라도 3개월 이상 넘어가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은행과 종금사들의 3개월간 여신회수중단결의로 만기가 연장되어온 기존 대출상환도 3월부터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이 총 30조원규모의 기업어음(CP) 상환연장을 다시 결의하고는 있지만 1월에도 종금사 여신회수규모가 8조2천억원에 달할 만큼 그 효과는 「선언」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5대이내 재벌그룹들은 CP만기가 돌아와도 차환발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결국 대형재벌여신은 동결 또는 확대하고 중소기업여신은 회수하는 수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도방지를 위한 「협조융자」도 멀지않아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인사는 『새정권 출범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즉 어려운 시기에 금융기관 때문에 대기업이 쓰러진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마지못해 협조융자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원자재난원피·고철 등 곧 바닥… 생산마비 위기
수출용 원자재를 구할 수 없어 수출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재고가 현재 8일분밖에 없으며 고철은 12일분, 납사는 8일분만 남았다. 동광석과 원당의 재고도 30일분을 넘지 못하고 원면이나 원피 고철 알루미늄 등 주요자재 재고는 이달 말과 다음달 초에 바닥나게 된다.
원피의 경우 적정재고량이 3만톤이지만 현재 9천톤에 불과해 관련 기업들의 가동률이 40%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면 역시 적정재고량 4만4천톤을 크게 밑도는 1만7천톤에 그쳐 면·모방업체의 가동률이 50% 수준이고 알루미늄은 적정재고량의 6.9%만 재고로 확보돼 있어 일부 업체들이 이미 조업을 단축하고 있다. 드라이필름(적정재고의 8.6%)과 파워코드(7.5%) 재고 역시 적정량의 10%를 밑돌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63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철강·전선업체를 중심으로 8개 회사가 이미 생산을 부분 중단했으며 15개 업체는 3월말이나 4월중 수출을 중단하거나 생산라인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업체들이 은행의 신용장 개설기피, 환율상승에 따른 도입가격 추가 부담, 일부 수입상의 사재기 또는 출하 기피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자재난이 계속되면 다음달부터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해 조업중단→생산차질→수출감소→물가상승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이종재·이성철 기자>이종재·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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