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의 ‘님’은 나의 문학화두” 『오랜만에 서울에 나왔으니 영화나 한 편 보아야겠어』 경기 안성에 사는 시인 고은(65)씨는 만해상 제1회 시문학상 수상소식을 듣고 서울로 왔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시가 나의 한계야』 40년 시인으로 살아온 노년이 갖게 되는 자각일까.
평화상, 포교상 등 부문에서 올해로 두번째 수상자를 낸 만해상은 이번에 시문학상을 신설했다. 이 상의 수상자로 고씨만한 적격자도 드물 것이다. 열아홉에 출가해 12년 승려생활 후 환속, 불교신문 창간, 「한용운 평전」출간(75년), 70·80년대의 민주화운동, 장편서사시집 「백두산」(7권)「만인보」(15권) 간행 등 그의 이력은 불교사상사와 민족운동사, 문학예술사상의 선각자였던 만해 한용운의 발자취를 좇아간 것으로도 읽힌다.
만해가 「님의 침묵」을 완성했던 백담사에서 한때 정진한 적도 있는 고씨는 만해의 「님」이 바로 자신의 문학적 화두라고도 말했다. 『만해의 님은 나와 남이 합일된 결정체, 자타일여의 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해가 던진 님이라는 명제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할 싱그러운 문제입니다』
고씨는 70년대까지를 다룬 「만인보」의 후속작업과 함께 요즘 히말라야에서 파미르고원에 이르는 40여일간의 티베트기행 경험을 장시로 쓰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시 108편을 골라 영역한 시집 「BEYOND SELF(자아를 넘어서)」가 미국에서 출판돼 동양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IMF는 오히려 시와 문학에 호기가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얼마 전 황석영이 옥중에서 편지를 보내왔는데 「제 나이가 올해 쉰여섯입니다」라고 썼더라』고 알려주기도 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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