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리박람회이어 내달 뉴욕컬렉션 참가/그룹전 형식 패션쇼 갖고 바이어상담도 계획 불황을 맞아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고급 의류 수출에 적극 나섰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기성복 박람회에서 짭짤한 수주를 받아오는가 하면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 단체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회장 한혜자)는 오는 3월 29일∼4월 3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98 추동 뉴욕컬렉션」에 참가, 우리나라 디자인브랜드를 적극 수출할 계획이다. 국내 하이패션의 대표주자격인 스파가 단체이름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3∼26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에서 열린 98 추동 기성복(프레타포르테)박람회에는 5명이 참가, 3명이 수출계약을 따냈다. 유럽지역에서 「상보」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심상보씨는 이번 박람회에서 3억원어치에 달하는 제품수주를 받았다. 니트브랜드 「아가시」를 이끌고있는 이경원씨는 현지에서 6,000만원 상당의 주문을 받은데 이어 유럽의 니트전문도매상인 「자라」와 60만달러에 달하는 수주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남성복 「솔리드옴므」를 이끌고있는 우영미씨는 같은 기간 파리에서 열린 남성 기성복박람회 셈(SEHM)에서 「레드 오어 데드」「조비아」「정크 딜럭스」 등 유럽의 패션유통업체에 1억원어치의 의류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데무」의 박춘무, 「노승은」의 노승은씨 등도 기성복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해 해외시장 개척에 힘쓰고있다.
스파가 참가하는 「98 뉴욕 추동컬렉션」은 전세계에서 가장 시장규모가 큰 미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패션컬렉션. 한혜자 회장을 비롯 설윤형 김동순 루비나 박윤수씨 등 5∼6명 정도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예산절감을 위해 개인당 30벌씩을 출품, 그룹전 형식으로 패션쇼를 진행한다. 제품은 모두 국산원단을 사용하고 한국적인 문양과 선을 살려 국가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한몫할 계획이다. 제품수주를 위해 패션컨설턴트인 정기자씨가 현재 뉴욕에서 쇼장 선정과 해외바이어 초빙 등 준비작업을 서두르고있는 상태. 또 뉴욕에 소재한 세계패션그룹 본부 마가렛 헤이즈회장의 협조를 받아 사무실 일부를 바이어상담을 위한 제품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도 착착 실현되고 있다.
참가자중 한명인 박윤수씨는 『IMF이후 환율이 오르면서 우리제품의 수출경쟁력이 매우 높아진 상태』라며 『지속적인 의류수출의 초석을 놓는다는 의미에서 마진율을 대폭 낮춰 제품수주를 많이 받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당장의 수출액수는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패션을 세계에 알리고 해외 패션비즈니스감각을 익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한혜자 스파회장은 『그동안 내수시장에만 안주해온 디자이너들이 자성하는 뜻에서 한푼의 외화라도 번다는 각오로 이번 컬렉션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패션평론가 허준씨는 『그간 한국에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나오지않은 것은 디자인력이 떨어진다기 보다 내수시장에만 급급해온 디자이너와 기업의 책임이 크다』며 『최근의 활발한 해외시장 개척노력은 한국패션이 세계적인 감각을 갖추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