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구 달성출신 김석원 의원이 9일 기업활동에 전념하겠다면서 돌연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의원은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인 쌍용그룹의 총수였고, 작고한 정계 거목 성곡 김성곤 의원의 장남이다. 96년 4월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으니까 그의 정치실험은 2년도 다 채우지 못한 채 끝나는 셈이다. 사실 김의원의 정치참여를 두고 세간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아무리 선친이 유명 정치인이었다고 해도 국내 6대 재벌총수인 그가 사실상 기업경영을 포기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막강한 부를 가진 재벌총수가 정치 일선에 나설 때, 예상되는 결과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가 컸다. 정치에 참여한 재벌이 자기기업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정치력을 동원하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간 김씨의 정치참여를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지켜봐 온게 사실이다. 아울러 김씨를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연고지에서 출마시킨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의 옹졸한 「당선지상주의」를 못마땅해 했다.
어느 사회이든 재벌의 정치참여는 비판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산업자금의 정치자금 전용화 가능성 때문이다. 재벌이 생산활동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정치판에 쏟아부을 때 결과적으로 경제는 크게 왜곡된다. 정치는 타락하고 사회는 검은돈에 의해 오염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92년 대선때 현대 정주영명예회장의 실패로 끝난 정치실험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럼에도 여소야대 상황돌파를 위해 의원직 한자리에 눈이 먼 집권세력은 결국 김씨를 정치판으로 불러들였다.
야당의원이라는 신분에 부담을 느낀 것이 큰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김씨의 때늦은 결단은 퍽 다행스럽다. 재벌 자신은 물론, 국가에까지 피해를 안기는 이런 「실패한 정치실험」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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