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 수산업이 이대로 침몰하고 말지도 몰라요』 요즘 만나는 수산업자들마다 털어놓는 우려의 목소리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기름값이 배이상으로 올라 경비부담 때문에 출어를 포기하는 어선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최대 원양어업기지인 부산 남항에는 요즘 예년의 배가 넘는 500여척의 어선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여기에다 한일 어업분쟁까지 겹쳐 수산업자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해 있다. 특히 일본의 한일어업협정 일방 파기로 촉발된 이번 어업분쟁은 이제 일본어선들이 공해상에서 조업중인 우리 어선을 고의로 들이받아 침몰시키는가 하면 대규모 선단을 조직해 조업을 방해하는 등 물리적인 충돌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극 대처해 우리의 어업권을 지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존폐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해양수산부는 96년 7월 기존 10개부처 3개청에 분산돼 있던 해양수산업무를 총망라해 인력면에서 3번째로 큰 거대 부처로 탄생했다. 당시 「해양입국」「21세기 신해양시대 개막」「21세기 초일류 해양국가 건설」 등의 기치를 내건 해양수산부에 거는 기대는 컸다.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해양수산부 신설에 크게 긴장했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1년반 전의 일이다.
해양수산부 신설은 15대 총선 당시 지금은 집권여당이 된 국민회의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15대 대선직후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작은 정부」원칙에 밀려 「폐지 0순위」로 전락했다. 부로 남겨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인지, 일천한 부 역사 때문에 부처간 로비에 밀려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이후 전국의 해양수산 관련기관·단체와 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음은 물론이다. 어렵사리 통합한 부서를 다시 뿔뿔이 원대복귀시켜서는 안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새로운 한일간 어업협정과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해양수산부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같은 여론이 반영되어서인지 집권여당에서도 해양수산부 존폐여부를 전면 재검토키로 급선회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과정에 여론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듯 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면이 바다일 뿐만 아니라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자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이다. 따라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간 어업분쟁을 우리의 해양입국 의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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