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머·빅뱅이론… 다양하고 방대한 지적탐색 자랑 「검색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야후가 개발됐다」와 「서울 종로의 한 영화관에 사람이 몰린다」. 어느 쪽이 「정보」일까? 둘다 정답이다.
마쓰오카 세이코(54) 일본편집공학연구소장 겸 도쿄대 객원교수가 쓴 「정보의 역사를 읽는다―세계 정보문화사 강의」는 정보의 개념규정에서 시작한다. 그는 「문화는 살아가는 일」이라고 한 문화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정의를 원용해 「정보문화는 살아가는 일에 관계가 있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이 책은 93년 일본 치바대학에서 필자가 3일 동안 한 강의를 엮은 것. 인류의 탄생부터 인터넷 붐까지 인류사를 「정보」라는 주제어를 빌려 연표와 강의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보」를 주제어로 새롭게 편집한 독특한 역사책인 셈이다.
역사적 사실을 정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통찰이 때로 신기하고 때로 놀랍고 때로 견강부회같기도 하다. 두 가지 예. 『그리스는 「고대 정보세계 최초의 통합편집 진행자」였다. 정보편집에는 시인 호머와 같은 음송집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당시 각지에 흩어져 있던 여러 신에 관한 전설을 모아 이를 데이터 베이스로 해서 새로운 인간의 이야기로 바꾼 것이다』(151쪽). 『중세 서양수도원 도서관에서는 중얼중얼 소리내 읽으면서 공부했다. 반면 지금은 누가 책을 읽고 있어도 제3자는 그 내용에 직접적으로 드나들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고대·중세와 근대 이후 정보문화의 결정적인 차이다』(220쪽).
우주 빅뱅이론에서부터 각 문화권의 독특한 문양분석에 이르기까지 온갖 분야를 수시로 넘나드는 다양한 접근과 정보량이 방대한 지적 탐색을 자랑한다. 사학자 김승일 박사와 삼성전자 전문연구원 박관선(공학박사)씨가 옮겼다. 넥서스 발행, 1만5,000원.<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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