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보가 단체장인지 정치인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이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부 단체장들은 구정및 시정보고회를 이유로 주민을 모아놓고 생색내기용 「치적」을 늘어놓는가 하면 거물급 정치인을 찾아 공천을 호소하는 등 구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당적을 보유하면 자치행정에 지장을 가져온다』며 무소속을 고집하던 단체장들이 더욱 심하다.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A시의 시장은 구정보고회를 열면서 주민생활과 직접관련된 도로교통 등 현안은 설명하지 않고 국제행사유치등 치적만 늘어놓은 뒤 참석자 2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하다가 선관위에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이 시장은 여당공천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도시가 위치한 B시 시장의 행태는 더욱 한심스럽다. 지난해말 개최한 구정보고회를 열흘도 되지 않아 재탕하면서 참석주민을 새로 바꾸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여당공천을 따내려고 한밤에 고위관계자의 집을 찾기도 했다.
게다가 단체장들은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사업을 조기에 발주하는 등 선심성사업을 벌리고 표와 연결된 단체를 방문하는 등 「속보이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말 바꿔타기」를 밥먹듯하는 단체장도 많다. 여당소속에서 졸지에 야당으로 바뀌어 차기선거에 불안을 느낀 단체장들이 여당행열차에 몸을 실으려고 난리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H군 군수가 1일 여당에 입당한 것을 시작으로 K, P, D시 시장, Y군 군수 등이 금명 여당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민들은 상하수도 주택 도로 등 생활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단체장을 찾지만 단체장실은 「개점휴업」상태다.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결재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고 푸념한다.
단체장들이 자신들의 행보를 주민이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주민들은 항상 단체장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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