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철이다. 졸업식은 많이 검소해졌지만 일부 고교에서는 여전히 밀가루세례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초등학교는 일제히 13일에 졸업식을 갖는다. ◆초등학교 졸업식은 여학생들이 울음바다를 이루어야 그럴 듯한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졸업식노래중 재학생들이 부르는 1절은 「물려 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로 끝난다. 「언니」라는 호칭이 자매간의 호칭으로 고정돼 남학생들에겐 좀 낯설겠지만, 더 생소한 부분은 「물려 받은 책」일 것이다.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의무교육용 교과서 무상지급예산이 부족해 낡은 책이 활용됐었다. 그 뒤 경제수준 향상과 더불어 한 번 쓴 교과서는 폐지가 돼버렸다. 정부가 교과서 물려주기운동을 벌이긴 했지만 호응이 거의 없어 85년에 13.8%였던 재활용률이 97년엔 1.5%까지 떨어졌다. 지질이 나빠 잘 찢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었다. ◆IMF한파는 교과서 물려주기를 부활시켰다. 초등학생 1명이 한 학기에 한 권씩 물려주면 연간 44억원이 절감된다고 한다. 5백원짜리 공책을 8백88만권 살 수 있는 돈이다. 일부 교육청은 학습전과 물려주기운동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2000년부터 사용될 초등학교 교과서를 대상으로 대여제를 실시키로 하고 연구중이다. ◆새 교과서를 받고 책냄새를 맡아 보며 좋아라고 열심히 읽던 어린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읽을 것이 없던 시절에는 더 그랬다. 낡고 손때가 묻은 책을 물려 받으면 이런 즐거움은 덜 할 것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국가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아끼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은 좋은 경제교육, 소비자교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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