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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춘향가’ 한토막도 안자른 완판/창극 100년사 첫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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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춘향가’ 한토막도 안자른 완판/창극 100년사 첫 시도

입력
1998.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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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대작 ‘춘향전’ 선뵌다/임진택 연출 14∼26일 국립극장서 공연/내로라 하는 소리꾼·악사 모두 가세 판소리 「춘향가」를 한 토막도 빼지 않고 부르자면 대여섯 시간 걸린다. 국립창극단이 이를 모두 살린 완판창극 「춘향전」을 만들어 14∼26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장장 약 6시간의 대작이다. 100년 가까운 창극 사상 처음인 이번 시도는 창극의 새로운 틀을 세우는 모험이다.

 지금까지 창극은 두 시간 안팎으로 꾸며져 판소리를 많이 자르거나 변형했다. 그래서 주요 인물의 대사나 독백만 남고 경치 묘사라든가 정황 설명은 따로 한 명이 도창하거나 아예 빠져서 들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소리를 최대한 살린다. 이를 위해 여러 판본과 소리제를 대조해 대목마다 가장 걸맞는 더늠(각 유파의 독특한 가락)을 찾아 종합했다. 또 종전 같은 대편성 관현악반주 대신 악기마다 하나씩의 조촐한 단잡이 편성에 반주가 소리가락을 따라가며 받치도록 함으로써 소리가 묻히지 않게 했다.

 문제는 음악을 온전히 살리되 연극적 재미도 갖추는 것인데 그것은 연출의 몫이다. 연출가 임진택씨는 소리가 그려내는 장면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치는 한편 군중 장면을 강화해 짜임새가 탄탄하고 볼 만한 무대를 차려낼 계획이다. 임씨는 「똥바다」 「오적」 등 판소리를 직접 짜서 공연했을 만큼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깊다. 대본은 영화 「서편제」에서 프로급 창 솜씨를 보여줬던 연극배우 김명곤씨가 쓰고 작창은 성창순 명창이 했다.

 이번 공연에는 안숙선 오정숙 은희진 조통달 김영자 명창 등 내로라 하는 소리꾼이 다 나온다. 청홍백 세 팀이 하루씩 번갈아 출연하는데 하루는 이들 원로급, 하루는 유수정 왕기석씨 등 중견급, 하루는 최진숙 왕기철 김경숙 조주선씨 등 외부 초청 젊은 가객이 나온다. 특히 왕기철·기석 형제가 나란히 이도령 역을 맡아 화제다. 악사로는 이생강 김무길 윤윤석 김영재씨 등 쟁쟁한 연주자가 참여한다. 여기에 국립무용단이 화려한 군무로 가세한다.

 매년 열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음악축제는 바그너의 16시간 짜리 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나흘간 공연, 세계인을 불러모은다. 완판창극 「춘향전」은 우리의 고전을 그와 같은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만들자는 의욕에 찬 작업이다. 국립창극단은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 서양 오페라처럼 창극을 한국의 대표적 공연예술 장르로 정립시킨다는 목표 아래 앞으로 다른 판소리도 완판창극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공연 시간이 길기 때문에 1, 2부(평일 하오 4시 7시, 토·일 하오 3시 6시)로 나누고 중간에 30분 쉰다. 하루에 다 보거나 1, 2부를 이틀에 나눠 볼 수도 있다. 학생 3,000원, 효도권 7,000원, 일반석 1만5,000원. (02)274­1173<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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