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여학생 주로 발병… 85%가 원인불명/더이상 휘어질 염려 없을땐 관찰치료로 충분/‘책걸상탓·교정으로 효과’는 잘못된 믿음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척추가 똑바르지 않다고 걱정하는 것을 본다. 그 원인을 무거운 책가방과 낡은 책걸상 탓으로 돌리는 보도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척추가 휘는 원인은 다양하며, 원인이 불확실한 경우도 많다. 척추가 휜 상태를 의학적으론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이 병의 성격과 원인, 적절한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척추측만증이란◁
정상인이 서 있을 때 척추를 옆에서 보면 완만한 S자형의 만곡을 이룬다. 반면 정상인을 정면에서 보면 척추는 일자로 곧추 서 있어 머리가 몸의 중심에 위치한다. 측만증은 전면에서 봤을 때 똑바로 서 있어야 할 척추가 옆으로 휜 상태를 말한다. 측만증은 척추 자체의 이상여부에 따라 크게 비구조성과 구조성 측만증의 두가지로 나눈다.
비구조성 측만증은 척추 자체의 이상없이 일시적으로 휘어진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소아마비나 외상으로 한쪽 다리가 짧아진 사람은 다리의 길이차 때문에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척추가 휘게 된다. 짧아진 다리를 수술로 늘여 주면 휜 척추는 저절로 펴진다. 이에 반해 구조성 측만증은 척추 자체의 구조적인 변화에 의해 휜 것으로, 척추가 저절로 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측만증이라고 하면 구조성 측만증을 말한다.
▷원인◁
측만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태어날 때부터 척추가 기형적인(선천성 측만증) 사람이 있는가 하면,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의 신경질환 또는 근육질환(신경근육성 측만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말판(Marfan)증후군, 신경섬유종증 등도 측만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혹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중년 이후 측만증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체 측만증 환자의 85%이상은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척추가 휜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특발성 측만증이다. 특발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감이 들겠지만 원인을 아직 잘 모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최근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같은 정밀검사가 발달해 측만증의 원인이 많이 밝혀지고 있다.
특발성 측만증은 평소 건강하게 잘 지내는 10대 초반 사춘기 전후의 여학생에서 주로 발견된다. 엄마와 같이 목욕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거나, 학교 신체검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척추가 휜 것이 분명히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쪽 어깨나 등, 허리 등이 다른 쪽보다 튀어나온 것을 보고 처음 발견하게 된다. 이같은 체형의 이상 외엔 별 다른 증상이 없는 게 특발성 측만증의 특징이다. 지능이나 운동기능도 정상이며 일상생활에서 크게 불편한 것도 없다. 특히 통증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통증이 있다면 특발성 측만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질환을 세심하게 찾아보는 것이 좋다.
▷진단◁
간단한 진찰과 X레이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찰법은 전방굴곡검사이다. 일어선 상태에서 무릎을 펴고 상체를 앞으로 90도가량 굽혀 한쪽 등이나 허리가 반대쪽보다 튀어나오면 측만증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X레이 검사를 시행한다. X레이 검사를 통해 척추의 휜 부위와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X레이 촬영결과 각도가 10도이상 휜 경우를 측만증이라고 진단한다. 10도이상의 측만증을 가진 사람은 전인구의 2%정도이다.
최근 많은 중·고교에서 측만증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집단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대상인 20도이상의 만곡을 지닌 학생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30도이상의 만곡을 가진 학생은 그보다 훨씬 적은 0.1%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검진이 필요한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83년부터 학교검진을 중단했다.
측만증을 처음 발견했을 때 척추가 휜 각도가 크지 않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 이상 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방치했을 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만곡이 계속 커지는 것이다. 첫 발견시 20도정도의 만곡이 잠시 소홀하다 보면 70∼80도의 큰 만곡으로 커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큰 만곡의 경우 외관상 보기가 흉해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사회생활에도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만곡이 100도이상 커지면 심폐기능의 장애를 초래,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또 허리 부위에서 척추가 30도 이상 휘었을 경우 당장은 별문제가 없지만 중년 이후 심한 요통의 원인이 될수 있다. 따라서 측만증이 처음 발견됐을 때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곡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각도가 큰 만곡은 작은 만곡보다 잘 진행한다. 또 성장이 활발한 시기에 발견된 만곡은 빠르게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성장이 끝나면 만곡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성장이 왕성한 사춘기 전후에 발견된 30도의 만곡은 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극 치료해야 하나, 성장이 끝난 17세에 발견된 30도의 만곡은 더 커질 가능성이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없이 관찰만 하면 된다.
▷치료◁
측만증의 치료법은 크게 관찰, 보조기, 수술 등 세가지.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만곡의 각도가 40도이상이거나 지금은 많이 휘지 않았지만 앞으로 많이 휠 가능성이 있는 환자이다. 측만증의 치료원칙은 만곡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막고, 만곡이 심한 환자는 수술로 교정하는 것이다. 심한 만곡과 심하지 않은 만곡의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 40도를 기준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20도이하의 작은 만곡을 가진 환자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만곡이 더 커지는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만 한다. 20∼40도의 만곡을 가진 환자는 성장상태를 평가해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성장이 끝나지 않은 환자는 만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보조기를 착용한다. 성장이 끝난 환자는 만곡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작으므로 관찰만 하는 게 원칙이다. 측만증에 사용하는 보조기는 턱 밑까지 고정하는 밀워키(Milwaukee) 보조기와 겨드랑이 밑으로 착용할 수 있는 흉요천추 보조기 등 두가지가 있다. 보조기는 하루 22∼23시간씩 성장이 끝날 때까지 수년간 착용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들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40도이상의 만곡을 가진 환자는 수술로 교정한다. 수술은 특수금속 기계로 휘어진 척추를 편 후 골반뼈를 이식하는 골유합술을 시행한다. 따라서 수술 후엔 휘어져 있던 여러 개의 척추뼈가 한 개의 통뼈로 굳어지게 된다. 의사에 따라서는 50∼60도 이상의 만곡을 수술기준으로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측만증의 원인과 치료에 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지적하겠다. 대표적인 것이 교정치료를 맹신하는 것이다. 넓적한 얼굴을 갸름한 얼굴로 만들기 위해 매일 얼굴을 옆에서 눌러줘봐야 아무 효과가 없는 것처럼 측만증은 교정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질병이다.
의자나 책상이 나빠서 척추가 휘었다는 얘기도 잘못된 것이다. 의자나 책상의 구조이상으로 허리가 아플 수는 있지만 척추가 휘지는 않는다.<이춘성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이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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