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마늘 매일 섭취,피로 이긴다/끼니마다 2∼3쪽 즉석에서 까먹어/비타민 B1 풍부·항균작용·위장 강화/몸 차고 체력 약한 사람에 특히 좋아러시아를 여행하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모스크바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를 여했다. 소구드왕국의 수도로 비단길의 요충지였으며 알렉산더대와의 원정군이 지배했던 사마르칸트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여러 곳에는 아직 아라비아의학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
오늘날 우리가 비단길이라고 부르는 실크로드는 시안(서안)에서 시작해 톈수이(천수), 란저우(란주), 지우촨(주천)을 거쳐 둔황(돈황), 하미, 우루무치, 알마티, 타슈켄트, 사마르칸트를 지나 카스피해를 끼고 바그다드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은 또 톈산(천산)을 끼고 남북으로 갈리는 톈산남로와 톈산북로로 나뉜다. 둔황에서 타크라마칸사막을 끼고 카슈가르를 거쳐 사마르칸트에 이르는 길을 톈산남로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톈산남로 주변지역은 예로부터 서융족이 모여살던 변방으로 한때는 불교문화권에 속했다. 하지만 이제는 회교문화권에 포함돼 칭전교도들이 모여 살고있다. 인종으로 따진다면 위구르족을 비롯해 몽골족, 회족들이 주종을 이룬다. 물론 몽골족이나 장족은 아직 불교의 영향 아래 살아간다.
톈산남로 주변지역의 전통의학은 한의학과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중앙아시아는 수많은 종족과 인종, 그리고 의학체계가 상호교류한 지역이라 볼 수 있다. 한때 인도의 고대불교의학이 크게 융성했지만 회교세력이 확장하면서 아라비아의학이 전파됐으며, 한나라와 당나라가 융성하던 시절에는 한의학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중앙아시아는 여러 의학체계가 아직도 혼재하는 특수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한족을 중심으로 기술한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보면 이 곳에 살던 서융족은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한나라때 서역에서 태어나 실크로드 주변에 있던 흉노들을 정벌한 곽거병 장군의 무덤이 시안에 있다.
▷마늘은 장수식품◁
우즈베키스탄에는 연해주에서 강제로 이주해온 고려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카자흐족이나 러시아인들도 많지만 역시 우즈벡족이 대다수다. 이 고장 보건국의 전통의학과장도 회교신도였다. 성격이 활달한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필자를 잘 돌봐주었고 저녁에는 거의 빼지 않고 초대했다.
이 지역의 주식은 얇고 둥글게 만든 빵이었다. 가끔은 볶음밥 비슷한 쟈반을 양고기와 함께 요리해 먹었다.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양고기 꼬치구이였다. 양고기를 작게 썰어 꼬치에 끼운 뒤 소금에 구워먹는 꼬치구이는 냄새도 좋거니와 맛도 일품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8월 기후는 낮에 덥지만 밤에는 선선하다. 내륙의 반사막지대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날씨였다. 낮에는 불볕 더위로 일하기도 힘들었지만 밤에는 상쾌하고 서늘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술을 마시며 양고기 구이를 즐겼다.
저녁식사에는 양고기나 닭고기로 만든 여러 가지 요리가 풍성했다. 복숭아나 멜론 같은 과일도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든 과일을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식탁에 올린다는 것이었다. 통마늘도 두 개쯤 식탁에 올랐다. 값비싼 음식점은 물론, 서민들이 먹는 거리의 음식점에서도 언제나 통마늘이 나왔다.
이 곳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과일의 껍질에는 몸에 좋은 성분이 많기 때문에 통째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늘도 미리 까놓으면 몸에 좋은 성분이 없어지므로 음식을 먹을 때 즉석에서 까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사때 통마늘을 먹는 모습은 중국의 시안을 벗어나 중앙아시아에 접어들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투루판과 우루무치에서도 저녁식사에 통마늘을 대접받았고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사마르칸트에서도 통마늘이 나왔다.
마늘은 피를 잘 통하게 해 종기같은 피부병을 고치고, 몸에 습기를 제거하며 몸안의 냉과 풍을 쫓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위장을 튼튼히 하고 전염병을 예방하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마늘은 특히 더운 성질을 띠고 있어 몸이 찬 사람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마늘의 효능◁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를 보면 곰이 어두운 토굴에서 100일동안 마늘과 쑥만 먹은 뒤 여자로 둔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쑥과 마늘의 역사는 길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에 글공부를 하는 선비들이나 절에 들어가 도를 닦는 스님들은 마늘을 먹지 않았다. 바꿔말하면 마늘이 몸의 활동을 촉진시키고 강정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이시진이 16세기에 쓴 「본초강목」에도 「마늘은 감기를 예방하고 냉증에 좋으며 변비나 피부질환에 도움을 준다. 또 설사같은 증상에 효능이 있으며 소화를 촉진하고 이뇨와 해열작용이 있다」고 나온다.
예컨대 마늘을 대합가루와 함께 환약으로 만들어 먹으면 몸이 붓는 부종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또 마늘을 유황과 함께 환약으로 만들어 먹으면 복통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몸에 종기가 났을 때는 마늘침이 효력이 있고, 학질 같은 병으로 열이 나고 추울 때는 마늘을 구워 술과 함께 복용하면 좋다고 한다. 지네나 뱀, 전갈같은 독벌레에 물렸을 때도 마늘을 찧어 물린 곳에 붙이면 낫는다고 한다.
영양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마늘에는 단백질, 당분, 인, 비타민 B1 등이 많이 들어있다. 이 중에서 비타민 B1은 당분을 운동에너지로 바꾸고 힘을 내게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항 피로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쌀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타민 B1이 결핍돼 각기병에 잘 걸린다. 오늘날도 인스턴트식품이나 페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다보면 비타민 B1이 부족해져 각기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팔다리가 쑤시거나 저리면서 붓는 등 여러 가지 이상 증상이 생긴다.
그러나 비타민 B1은 한번에 다량 흡수되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흡수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 소변으로 배설된다. 하지만 마늘에는 비타민 B1의 섭취허용량을 크게 늘려주는 효능이 있다.
마늘에는 원래 스위스의 스톨이 발견한 「알리인」이란 성분이 있다. 알리인은 무색무취하지만 「알리나제」란 효소와 결합하면 「알리신」으로 바뀌어 독한 냄새가 난다. 즉 알리신이 마늘 특유의 냄새를 내는 성분이다.
알리신은 또 마늘의 약효를 좌우하는 성분으로 체내에서 항균작용을 한다. 12만배로 희석해도 결핵, 디프테리아, 이질균 같은 세균에 저항력을 갖는다. 따라서 식중독을 예방할 뿐 아니라 장내부에서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정장효과도 있다.
마늘을 가열하면 알리나제가 파괴돼 알리인이 알리신으로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마늘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마늘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익히거나 구우면 독특한 냄새만 없어질 뿐 약효는 줄어들지 않는다.
알리신은 비타민 B1과 결합, 「알리·치아민」으로 변해 신체에 쉽게 흡수된다. 또 흡수되지 않은 비타민 B1을 저장, 피로할 때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게 만들어 준다.
냄새 때문에 마늘을 먹지 않던 일본사람들도 요즘은 끼니마다 마늘을 먹는다. 냄새를 없앤 가공마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마늘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비타민 B2 같은 다른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하고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위장이 튼튼한 사람이라도 한 끼에 마늘 2∼3쪽을 섭취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마늘을 잘 먹는 중앙아시아에서도 통마늘을 하나이상 먹는 것은 보지 못했다.<허정 박사>허정>
□약력
▲57년 서울대의대 졸업
▲60년 미 미네소타주립대 보건학석사
▲63년 서울대 보건학박사
▲7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79년 한국노년학회장
▲81년 대한예방의학회장
▲88년 한국보건행정학회장
▲현 재 서울대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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