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163석의 최대의석을 가진 「거대야당」이 덩치값도 못하고 있다. 합당을 선언한지 3개월이 넘었건만 합당에 따른 조직책 선정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조직책을 선정하지 못하면 「공중분해」될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당이 이 지경에 이르다보니 총재 따로, 대표 따로이고 소속의원들은 마치 어미 잃은 어린양처럼 헤매고 있다. 국정 주요현안에 대처하는 당지도부와 의원들의 입장과 견해도 제각각이다.
의원총회를 비롯한 당 공식회의에서 총재와 총무퇴진론이 산발적으로 제기되는가 하면 여야 총무회담에서 합의됐는데도 당 부총무들이 제동을 거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당이 이처럼 무기력하고 당지도부가 지도력을 상실한 것은 무엇보다 당의 구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대선 패배후 발빠르게 전열정비를 하지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소재가 가려지고 인책이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선거후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고 그저 과거의 거대 집권여당식으로 대처하다보니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오늘날 같은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 당내에는 현체제로 가다가는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팔을 걷어부치고 당을 구하겠다는 의지도 의욕도 없어보인다.
이제 한나라당의 「당인」이 할 일이라면 위기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순 총재 체제가 거대여당으로서 정치력과 지도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된다면 뒤에서 불만을 표시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공론화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조총재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조총재도 당을 구할 수 있는 돌파구가 있다면 그 길을 갈 각오를 해야 한다.
구신한국당과 구민주당의 합당정신도 존중해야 하지만 당이 공중분해된 뒤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독주의 속성을 지닌 여당을 견제할 수 있고 그래야 나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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