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는 눈보다 많이 본다”/알프레드 스티글리츠대상의 ‘순수표현’ 추구 모더니즘 영역 개척자/에드워드 웨스턴극단적 클로즈업 통해 리얼리즘 미학세계 열어 「사진은 사진이다」. 적어도 20세기 사진작가들의 명제는 사진이 그 어느 예술장르의 부속물도, 대리물도 아니라는 것이다. 동물의 정지장면을 잡아내거나 사람을 30분씩 잡아두고 그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해내는 초상화 대리물의 위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세기초 사진가들은 「사진은 과학적 발명품」이라는 상식을 뒤집으려는 부단한 투쟁을 벌여야만 했다. 이런 시도는 1차 대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게 된다. 물론 전제는 간편한 사진기와 사진가의 수적 팽창이다.
대표적 인물은 미국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1864∼1946). 로댕, 마티스, 피카소 등을 전시했던 「291화랑」의 운영자 스티글리츠는 당시 화단의 조류였던 아방가르드 미술에 발을 디디게 되고 결국 모더니즘 사진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그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현상만을 받아들이는 사진의 기계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사진을 선보인다. 사진의 하드웨어에 충실한 사진, 그러면서도 리얼한 사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의 대표작 「삼등선실」은 이민자들이 몰려든 싸구려 삼등실을 찍은 것으로 사진가는 이 배와 마주선 배의 높은 곳에서 내려보고 찍었다. 사진의 상단부에서 빛나는 하얀 모자, 왼편에서 비스듬히 기울어진 통풍관과 쇠사슬의 기하학적 구조 등 사진 각 부분의 이미지는 독특한 미학을 발현하고 있었다. 기록의 대상이 아닌 순수한 표현의 방식을 추구한 이 한장의 「순수사진(Straight Photography)」은 그래서 사진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에드워드 웨스턴(1886∼1958)은 「최대한의 단순화, 최대한의 세부」라는 새로운 리얼리즘 사진명제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1917년 마르셀 뒤상이 변기를 전시장에 세워두고 「샘」이라 이름을 붙임으로써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세운 것처럼 웨스턴은 조개, 여체, 꽃의 극단적 클로즈업을 통해 렌즈의 새로운 시각, 그 시각이 파생시킨 새로운 미학을 선언했다. 그의 작품은 사물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러나 결국은 다시 사물 본질로 돌아오게 만드는 묘한 구조를 가졌다. 1932년 웨스턴을 주축으로 안셀 에담스, 이모겐 커닝햄, 존 폴 에드워즈, 윌라드 반 다이크 등이 참가한 「f64」 그룹은 스티글리츠가 길을 연 모더니즘의 사진미학을 가장 빛나게 닦은 사진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카메라의 렌즈는 인간의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본다』는 웨스턴의 말은 렌즈로 감지할 수 있는 세상은 실경 세계와는 또다른 미학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것은 한낱 박람회의 선전도구로 쓰였던 사진을 20세기 미학의 새로운 생산자로 새롭게 부각시키는 새로운 지적인 토대가 됐던 것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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