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정리해고 ‘0순위’/감원대상 선정 고심 사측에

◎‘품위손상’ 등　구실　만들어줘　감원바람이　불면서　감원대상자　선정을　고민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을　정리해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방공무원　이모(35)씨는　지난달　설　연휴를　앞두고　음주단속에　적발된　사실이　직장에　통보돼　사표를　내야　했다.　이씨는　『분위기에　떠밀려　마신　소주　한잔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며　후회했으나　돌이킬　수　없었다.　백화점　납품업체　직원　김모(27)씨도　지난달　음주운전이　빌미가　돼　감원의　희생양이　됐다.

　모은행　직원　이모(34·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3일　하오 11시께　만취한　친구의　승용차를　대신　운전하다　적발돼　면허정지처분을　받자　『부도난　기업에　대출해　주는　바람에　가뜩이나　눈　밖에　나　있는데　음주운전이　알려질　경우　정리해고　1순위』라며　경찰관에게　통사정했다.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간　연세대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교직원에　대해　품위손상　책임을　물어　해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서울　강동경찰서　이상선 형사과장은　『회사에　통보될　것이　두려워　직장을　허위로　진술하는　경우도　많다』며　『술을　마시면　차는　무조건　두고간다는　생각이　IMF시대　최고의　처세술』이라고　말했다.<유병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