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해도 명절을 맞아 지방 소도시인 고향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귀성객을 환영하는 각종 플래카드와 현수막이었다. 역과 버스 터미널은 물론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어김없이 걸려있는 「환영 고향방문」홍수속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구나 하는 감회를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플래카드나 현수막을 만든 주체들도 매우 다양했다. 지자체는 당연한 몫이고 정당, 사회·청년단체에 초·중·고등학교 총동창회까지 환영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번 설에는 현수막이 크게 줄어들었다. 바로 IMF한파 때문이었다.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도 어려운 경제사정에 대한 것이 많았지만 의외로 주된 화제는 6월 실시되는 지자제 선거였다. 다음 시장은 누가 될 것 같으냐, 누구는 무엇 때문에 어렵다는 등 IMF한파가 지자제선거 열기에 녹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자제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부정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50년대 자유당 정권시절 인구 11만명에 공무원수 1백20명, 90년대 인구 4만명에 공무원은 7백67명. 자치단체 경영의 방만한 대표사례로 꼽힌 전북 임실군의 경우지만 자치단체 대부분이 도토리 키재기다. 지하 3층에 지상 28층, 총공사비 2천6백억원의 호화판 부산시청사를 두고 부산시민들이 눈을 흘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자제가 시행된지 3년인데 행정서비스가 나아졌다는 말을 별로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지자체장들은 6월 선거에 대비, 치적홍보등에 국민의 혈세를 펑펑 쏟아붓고 있다. 마침 각종 개혁을 한다니 차제에 지방 자치제에 대해서도 과감한 거품제거가 검토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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