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더 부유해질 것인가, 더 가난해질 것인가』 「IMF가 부유한 사람을 더 부유하게,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상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문하고 있다. 이들은 중산층이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겨왔던 반이상의 국민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들 「더 가난해질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IMF극복에 앞서고 있다. 그들은 서랍속을 뒤져 금붙이를 모았고,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 사랑을 쪼갰다.
최근 한 여론조사(대도시 성인 대상) 결과 36%가 금모으기운동에 이미 참여했으며, 14%는 조만간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50%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들중 86%가 『하고 싶어도 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한 시민운동단체는 6일부터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자는 유인물 수천장을 서울 시내 「호화주택촌」에 배포했다. 그들은 『이제는 「서랍」이 아닌 「장롱」속에서, 금붙이 대신 금덩이가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순계산해 볼때 「금은 있으나 안한다 혹은 못한다」는 비율은 50%의 14%, 즉 전체의 7%에 해당한다. 소위 최상류층으로 분류되는 국민 수치와 비슷하다.
아들의 분유값을 마련하기 위해 고철을 훔쳤던 20대 실직자 이야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보내왔다. 1,000원에서 1만원, 더러는 몇만원씩 호주머니를 털어냈다. 그는 옛 동료들이 주선한 봉제공장에 재취업했다. 그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모두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역시 어려워진 사람들이었다.
공동체의식개혁 국민운동협의회에서 「사랑의 봉급 나누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1사람 1개월 1만원 1계좌」의 후원인 접수처를 개설, 후원인과 실직자를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매주 토요일 시내 일원에서 모금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더 가난해질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금모으기 운동이나 분유값 모금이 진행될 때 많은 사람들이 언론사에 항의전화를 했다. 돌반지 같은 것을 모아 언제 나라를 살리느냐는 사람, 그보다 더 애절한 사연이 없는 도둑이 어디 있느냐는 사람, 콩이 수백 바퀴 굴러도 수박 한바퀴 구르는것을 당할 수 있느냐는 사람, 그들은 한결같이 「IMF를 만든 사람」과 「IMF로 고생하는 사람」을 흑백논리로 구분해 놓고 있었다.
IMF의 칼날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겨오던 사회의 중간계층을 심하게 도려내고 있다.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의식으로부터의 2원화는 「가난해진 자」와 「부유해진 자」가 선과 악, 도덕과 비도덕으로 쪼개질 우려를 낳고 있다. IMF극복 방안 마련에는 그날 이후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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