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안하면 나라도 기업도 안돼/최원석 회장건설분야 긴급지원 투자필요/김승연 회장고금리 자금난 언제 해소되나/장상태 회장10년 걸릴것이 한달만에 변해/백영기 회장협상할때 IMF에 변화 촉구를 김대중 당선자 모두발언=98년은 운명의 해입니다. 나라를 맡게 돼 책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일을 맡은 이상, 반드시 성공시킬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4군데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부의 개혁입니다. 정부기구는 생산성 위주로 경영의 합리화를 기해 마치 기업경영을 하듯 경제적으로 운용할 것입니다. 둘째, 금융의 개혁입니다. 앞으로 정부간섭과 통제를 떠나 자율 책임경영으로 금융운용을 자율화할 겁니다. 셋째, 노동의 유연성 확보입니다. 해고는 할 수 있는 한 줄이고, 해고자가 생길 때도 실업보험, 직업훈련, 새직장 알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넷째, 재계의 개혁입니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나라도 기업도 안됩니다.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금년도에 건설협회 소속 86개 회사가 부도가 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긴급 정책지원을 통한 대량부도방지와 정부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SK 최종현 회장=서민주택이 불황으로 공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가 호전되면 주택난이 우려됩니다. 해외건설도 타격이 있습니다. 건설분야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임창렬 경제부총리=건설업계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하겠습니다. 애로타개에 노력하겠습니다.
동양화학 이수영 회장=비대위에서 제시한 것을 보면 많은 조세감면 효과가 있습니다. 국회에서 법개정을 하면 통과되는 시점으로 효력이 생기는 것입니까, 1월1일부터 소급적용하는 것입니까. 가급적 소급적용해 주십시오.
장재식 비대위원=원칙적으로 발효는 법이 공포되는 시점입니다. 그러나 의견을 참조하겠습니다.
김용환 비대위 원장=각 기업의 기획조정실장들과 모임을 갖고 애로사항을 회의를 통해 수렴하겠습니다.
동국무역 백영기 회장=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현행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노사정 합의에서 금지조항을 삭제하게 되면 또 다른 불씨가 생깁니다. 무노동 무임금 대원칙도 파괴됩니다.
한광옥 노사정위원장=현재 조항은 존치시켰습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고금리나 자금난해소는 언제쯤 됩니까.
임부총리=IMF는 긴축과 고금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긴축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고금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IMF가 양보하지 않습니다. 고금리 상황을 알리기 위해 IMF인사와 기업인사들을 만나게 해 부작용을 이해시켰지만, IMF는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외화가 유입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금리는 점진적으로 인하될 것입니다. 그러나 환율과 통화의 안정이 조건입니다.
동국무역 백영기회장=앞으로 네고(협상)를 할 때 IMF의 변화를 촉구해 주십시오.
임부총리=미국 학계에서도 IMF에 대한 비판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세계은행(IBRD) 부총재도 고금리 문제에 있어서 우리와 입장이 같습니다. 그러나 IMF는 한국에 대해서는 신축성을 갖고 있습니다.
동국제강 장상태 회장=10년 걸릴 것들이 1개월만에 변했습니다. 우리도 변했으니 IMF도 변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아남그룹 김주진 회장=워싱턴에 갔더니 한국에 대한 평가가 좋았습니다. 물론 일부 업계에서는 반한 감정도 있었습니다. 재계에서도 워싱턴에 나가 이해를 돕도록 해야 합니다.
김용환 비대위원장=국회사절단 방미결과 한국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민간외교도 중요한 만큼 기업도 관계 채널을 통해 개혁을 홍보하고 입장을 설명해 주십시오.
이태섭 비대위원=사절단으로 미국을 다녀왔는바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국에 대해 우호적입니다. 그러나 재계 일부 즉 반도체 자동차 철강업계의 로비스트들은 한국을 나쁘게 말했습니다. 재계에서도 워싱턴 가서 활발히 해주십시오.
고합그룹 장치혁 회장=기업이 할수 있는 일은 우리가 할 것입니다.
김당선자=오늘 대화모임은 기대 이상으로 활발한 의견이 개진돼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우리(김당선자측) 얘기만 하고 묵묵부답이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감사합니다. 최원석회장 말처럼 건설 불경기땐 건설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습니다. 통화량등이 고비를 넘기면 풀릴 것입니다. IMF제약을 한꺼번에 다 해결하기는 곤란합니다. IMF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나도 할 말이 많습니다. 선거때 재협상 말했다가 혼났습니다. 그러나 IMF와 대화를 통해 이제 모든 것을 시정해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노사정이 잘됐고 따라서 외자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증시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함께 노력합시다. 정부와 여러분은 동지입니다. 나에겐 미운 사람도 고운 사람도 없습니다. 확고한 의지를 갖고 개혁해 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 의견 충분히 수렴할 것입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간담회 이모저모/최종현 회장 “10년전 통안증권 돈내놔라”에 DJ “못갚겠지만 옳은말” 폭소
6일 낮 국회 귀빈식당에서 두시간여동안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30대 대기업총수들과의 오찬간담회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지만 말미에는 박수로 합의문을 채택하는 등 시종 진지하고 격의없는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일부 총수들은 정부 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민원보따리」를 스스럼없이 풀어놓아 시대가 달라졌음을 실감케 했다.
낮 12시5분께 행사장에 도착, 총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뒤 헤드테이블에 앉은 김당선자는 곧장 원고없이 즉석 연설을 시작, 초반부터 대기업 개혁을 강도높게 주문해 좌중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김용환 비대위원장의 기업구조조정방안 설명과 한광옥 노사정위원장의 노사정 대타협 보고가 10여분간 진행되는 동안 분위기는 어느 정도 풀렸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첫 발언자인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이 「건설경기 부양책」을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총수 9명이 연이어 나서 고금리, 상호지급보증, 대규모 사업교환(빅딜)문제 등에 대한 민원을 거리낌없이 제기했다.
특히 지난달 김당선자와 4대기업 총수 회동에서도 소신발언을 했던 최종현 SK회장은 이날도 『정부가 10년전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받아 갔던 기업돈을 내놓으라』고 이색적인 요구를 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최회장은 『10년전에는 무역흑자가 많이 나 그럴 필요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적자니 정부가 돈을 내놓아야 한다』며 『과거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입도 못벌리게 했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처럼 총수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자 김당선자는 모임을 끝내면서 『기대이상으로 활발히 토론이 이뤄져 기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당선자는 최회장의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가)돈은 못 갚겠지만 말은 옳다. 내가 반박하고 싶어도 논리를 생각해내지 못하겠다』며 동의를 표시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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