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밤부터 요즈음까지 중국의 밤은 골목골목마다 폭죽소리로 요란하다. 베이징(북경)시는 안전과 경제적 이유를 들어 93년 12월1일부터 폭죽놀이를 금지, 한때 폭음이 사라졌었다. 시정부는 지난해 폭죽금지를 위반한 시민이 없다며 수도 시민으로서 준법정신이 강하고 문화시민으로 한걸음 성숙한 결과라고 자랑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섣달 그믐을 전후한 5일 동안 베이징 시내에서만 폭죽놀이를 하다 300여명이 적발돼 형사처벌됐고 196명이 부상했으며 6명은 안구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중국인들은 폭죽놀이를 매우 좋아해 결혼식, 회갑, 개업식 등 특별한 행사에는 반드시 폭죽이 등장한다. 폭죽의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나 성능도 상상을 초월한다. 손가락 크기 폭죽 100여개를 동시에 터뜨리기도 하고 호박만한 폭죽을 쓰기도 한다. 처음 폭죽 소리를 들으면 혹시 전쟁이 나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다.
폭죽의 역사는 중국인들이 화약을 발명한 남북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악귀를 쫓는 등 주술적 의미로 폭죽을 터뜨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상서로운 일이나 경사가 있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축하행사로 변모했다.
폭죽이 성했던 93년 전후 베이징 시민이 폭죽으로 소비한 돈이 연 1,300만위안(26억원)이며 춘지에(춘절)기간 매일 평균 50여건의 화재가 폭죽 때문에 발생했다. 베이징시의 한 안과병원은 지난 10년동안의 설 연휴기간 폭죽사고 부상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1,820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폭죽은 두세개만 모여도 인체에 치명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중국 열차내에서도 여행객이 휴대한 폭죽이 폭발, 인명 피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철도국에서는 폭죽의 위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열차내에 폭죽 금지 스티커, 포스터 등을 붙여 놓았다.
중국 정부는 폭죽 대신 풍선을 터뜨릴 것을 권유, 풍선제조업체가 호황을 누리기도 했으며 덩샤오핑(등소평)생전에는 풍선을 사용해 춘지에를 보내는 가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베이징시는 최근 폭죽단속을 위해 공안을 배치하고 위반자에게는 100∼2,000 위안(2만∼40만원), 제조및 판매업소에게는 최고 2만위안(400만원)의 높은 벌칙금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서민들이 사는 골목이나 외국인 거주지, 공원에서는 어둠만 찾아오면 폭죽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지금 베이징의 밤골목에선 1500년 묵은 전통과 개혁정책이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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