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현실 대응’속 업계 공동기금도 난항/“예탁금 조속 반환” 불구 14만 투자자 피해확산 원주시에 사는 김모씨(67)부부가 신세기투자신탁과 거래를 시작한 것은 96년초부터. 조그만 수퍼마켓을 정리하고 남은 4,000만원의 전재산을 신세기투신의 채권형상품에 투자해 매달 나오는 40만원 남짓한 이자로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들부부에게 예상치 못한 「재앙」이 닥쳐왔다. 신세기투신이 지난해 12월19일 부실경영으로 영업정지조치를 당하면서 고객들이 이자는 물론 원리금도 찾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막막한 14만투자자들
신세기투신의 투자자는 총 14만여명. 이들중에는 전세자금을 잠시 맡기거나 퇴직금 등을 투자했다가 한푼도 되찾지 못한 채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신세기투신사태가 2개월째를 맞고 있으나, 정부의 늑장 대처와 투신업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전제로한 비효율적인 대응책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되는 것은 물론 투신업계의 공멸우려 마저 높아가고 있다. 정부의 본질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6일 신세기사태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예탁금 반환절차를 빠른 시일안에 마무리지어 이달말부터 지급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앞서 기존 7개 투신사와 23개 신설 투신운용사들은 신세기투신이 고객자산을 유용해 발생한 6,355억원의 손실금 가운데 신세기투신의 자산을 상계하고 남게되는 3,355억원의 손실금을 업계가 공동으로 보전하기로 의견을 모아 2조4,000억원 규모의 「투신사 수익자보호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러다간 파국 올수도
그러나 사태 해결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재경원은 신세기투신의 자산인수명령을 받은 한국투신이 수익자보호기금의 지원을 받아 예탁금을 우선 반환토록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보호기금중 4,000억원은 연리 1%로 한국투신에 빌려줘 예탁금을 대신 지급토록하고, 그 대가로 한국투신이 2조원을 시중금리보다 낮은 12%정도의 금리로 보호기금에서 지원받고 투자수익을 올려 4,000억원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투신의 입장은 다르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신세기투신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게 된 것도 부당한 데 4,000억원의 손실금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면서 『투신사들이 참여하는 보호기금이 주도적으로 예탁금 반환문제를 해결해 한국투신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투신이 신세기투신의 예탁금을 대신 지급하려면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노조와 상당수 주주들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고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한국투신을 제외한 6개투신사도 노조와 일부직원들도 보호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데 난색을 보여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말에 예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재경원의 방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지난달 19일과 31일, 두차례나 정부와 투신업계가 지급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지급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고통은 분노로 비화하는 것은 물론, 투신업계의 신용도에 회복키 어려운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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