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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웃’돕자/장득성(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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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웃’돕자/장득성(특별기고)

입력
1998.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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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빈곤퇴치 등 지원은 미래위한 투자/IMF한파로 어렵지만 NGO활동 관심을 IMF한파는 비교적 따뜻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나라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이로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중 하나가 개도국을 지원하는 국제민간 원조단체를 포함한 비정부기구(NGO)들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지되고 있는 이들 단체는 새로운 회원확보는 물론 기존회원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는 자선이나 공익을 위한 지출이 사치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잘못된 이기주의에서 연유한 부끄러운 모습이다. 또한 국내에도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데, 북한에서는 수백만명의 결식아동이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남의 나라까지 도와야하느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과연 이 목소리의 주인들은 우리 이웃이나 북한을 돕는 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궁금해진다.

 초강대국인 미국에는 우리나라 총인구에 가까운 빈민이 남의 도움을 필요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미국민은 개도국의 빈곤퇴치에 앞장서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유럽 선진국 국민은 부유층, 서민을 막론하고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모두가 국제자선기관에 소득의 일부를 기꺼이 기부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들은 높은 세금 때문에 생활에 여유가 있을리 없다. 유럽식 콤팩트카를 굴리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질소한 생활을 영위하며 아낀 돈으로 구호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검소와 내핍의 철학이 국민 각자의 정신속에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IMF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정부와 국민은 잠시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나라, 세계 11대 경제대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환상속에 한없이 기고만장하여 매년 대통령을 위시해 국민 400여만명이 해외로 나가 돈을 뿌리며 부를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남을 돕는 일에는 정부나 국민이 함께 인색하기만 했다.

 한국 정부는 96년 개도국 지원에 OECD 국가 평균 공적원조액(GNP의 0.25%)에 훨씬 못미치는 최하위 금액(GNP의 0.03%)을 썼을 뿐이다. 민간 원조단체의 개도국 지원금은 거론할 수준도 안된다. OECD회원국으로부터 개도국으로 유입된 사적자금(민간 원조액과 기업의 투자액)은 총 2,300억달러로 회원국 정부의 공적원조액 550억달러의 4배가 넘는다. 이것은 글로벌시대에는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민간단체와 기업의 역할이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정부와 민간기구들은 개도국 지원사업을 두가지 관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지구상의 빈곤퇴치는 인도적 차원의 책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기들의 이익 보호라는 것이다. 세계는 국가간의 담이 무너지면서 국내문제와 국제문제의 구별이 모호해질 만큼 선진국,개도국을 막론하고 상호의존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개도국 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머지않아 막대한 구매력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정부는 외환위기 탈출을 위해 우방국 정부와 금융계에 특사까지 파견하며 협조를 요청하고 특히 미국과 일본에 대하여는 오랜 우방임과 선린관계를 앞세워 지원을 간청하고 있다. IMF회원국 정부는 궁극적으로는 자기네 국가 이익과 국민의 여론에 반해서 행동할 수 없다.

 최근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에 있어서 우방국 정부의 긍정적 자세와는 달리 이들 나라의 의회와 국민의 시각이 우호적이 아닌 것이 보도되고 있다. 이에는 우리정부와 국민의 이기적 사고와 행동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광복이후 우리는 우방국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누구보다도 많은 원조를 받은바 있다. 이러한 과거를 까맣게 잊고 거품위에서 우쭐대며 남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다가 며칠 못가 다시 손을 벌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망국병인 집단이기주의는 국내적으로는 계층간의 불화를 조성하고 국민의 정신세계를 황폐케하며 나아가 국제적으로는 편협한 국수주의로 몰려 우리 정부와 국민의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의 불우한 어린이에 못지않게 지구촌의 불우한 어린이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뻗을 때 비로소 선진국 국민으로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새정부는 제3세계 지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우리 국민이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플랜 인터내셔날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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