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은 5년짜리 전세살이다. 재벌총수들은 「오너」라서 임기없는 종신제다. 청와대는 계약 연장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 반면 재벌총수들은 대물려 영주의 자리를 지속한다. 5년짜리 「전세살이 왕」과 「종신 영주」들간의 싸움은 당초부터 왕의 절대적 열세다. 만신창이가 돼 청와대를 떠나는 YS도 재벌과 승부를 겨뤘다가 패했다. 그도 승부를 피하진 않았다. 재벌이 어차피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과제였으니까. DJ도 5년짜리 전세입주 전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한창 진행중이다.
DJ 진영에서는 강경식류와 국보위류가 혼재해 나타나고 있다. 불안하다. 경쟁력에 따라 자연 죽고 사는 기업이 나뉠 것이라는 지적이 강경식류요, 빨리 빅딜계획을 내놓으라는 게 국보위류다. 양쪽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말들이 무성하다. 말도, 만남도 부질없다. 법으로 해야 한다. 경쟁력에 따라 기업생사가 금방 판가름나도록 하는 법률, 살려면 도리없이 빅딜을 하게끔 몰아가는 법률 등을 그저 묵묵히 만들면 된다.
법은 아니지만 이런 움직임은 어떨까. 전문경영인들의 별도 세력화. 사실 한국경제를 키운 게 이들이다. 오너 그늘에 가려 상머슴인양 대접받았지만 이들의 땀과 두뇌가 성장의 추동력이었음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들은 오너나 근로자가 아닌 제3세력이다. 이들을 오너세력권에 그대로 둔 채 독립세력화하지 않은 게 큰 실책이다. 재벌총수 파워의 실체도 바로 이들이다.
이들을 총수세력권에서 따로 떼내 「코리아 비즈니스 클럽」이라든가, 아뭏든 별도의 전문경영인 단체를 만들면 세상이 달라진다. 지금까진 현대맨이니 삼성맨이니 하는 딱지가 이들에게 붙었다. 영주의 성채가 있고 그 휘하에 소속 전문경영인이 존재했다. 이제 소속 재벌을 떠나 「자기 상품성」으로 독립하는 판을 만들어주자. 혹시라도 영주연합체인 전경련을 전문경영인 단체로 탈바꿈시킬 수만 있다면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소유가 아니라 능력을 중시하는 구조로 변모한다. 청와대의 5년짜리 전세살이도 따지고 보면 전문경영인체제, 오너 만날 시간이 있으면 전문경영인들을 만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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