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100명 집행대기… 찬반 팽팽 「창백한 말이 다가온다. 날 태워갈 말이. 아침에 일어나면 내운명은 끝장이야. 난 데드맨 워킹, 데드맨 워킹…」 3일 하오 6시45분 미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의 사형집행장에 「데드맨 워킹」의 처연한 주제가가 울리는 듯 했다. 이곳에선 교황 요한 바오로2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등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의 구명운동에도 불구, 여죄수 칼라 페이 터커(38)의 사형이 집행됐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지만 무참히 사형당한 죄수를 그린 영화 「데드맨 워킹」이 사형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터커는 미국의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논란을 또한번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톨릭 기독교 관련 종교단체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국제기구, 미국시민자유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지속적인 사형폐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의 사형제도에 대한 여론도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CBS 방송이 최근 62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터커의 사형집행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54%가 지지했으며 37%가 사형에 반대했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사형은 야만적이며 잔혹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용납될 수 없고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 ▲사형은 범죄감소에 효과가 없다 ▲재판은 인간이 행하는 것이기에 오판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집행하면 영원히 구제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형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민들중 상당수는 「인간의 목숨을 박탈하는 일은 개인이 행하건 사회나 국가가 행하건 살인이다」는 입장을 견지한 데드맨 워킹에서 던진 「인간의 교화는 사형이 아니라 사랑이다」라는 메시지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경찰, 일부 형법학자들은 이런 견해에 반박한다. 이들은 사형이 범죄 억제효과가 있으며 사형폐지는 범죄의 증가와 흉포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사형제도존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미국에선 72년 연방대법원의 위헌판결에 따라 폐지됐던 사형제도가 76년 사형대상 범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주에는 사형을 허용해야 한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와 부활됐다.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사형제도를 도입, 현재 38개주가 시행하고 있다. 주마다 사형집행방식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약물, 전기, 가스, 교수, 총살 중에서 하나 내지 두가지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사형된 죄수는 76년부터 96년까지 358명이며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는 3,100명이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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